양육권 사실확인서 작성 후기
조리원에서 만나 친해진 지인이 있다. 그녀는 나보다 어린데도 이번이 둘째 아이 출산이었고, 아이들을 사랑하고 긍정적이고 사람을 배려할 줄 알아서 계속 연을 이어가고픈 사람이었다.
알고 지낸 지 2년 차, 관계가 불안정했던 남편과 이혼을 한다고 소식을 전하고, 조리원 모임에 안 나오기 시작했다. 첫째가 코로나 시기에 태어나 만 3년 내내 가정보육했고, 둘째 출산 후 본인 일 시작하기로 남편과 협의했는데 출산 후 남편이 육아만 하라며 둘째를 어린이집에 강제로 못 보내게 하고, 혼자 애 둘 보느라 외출이 어려우니 집으로 지인 초대하는 것도 무조건 못 하게 해서 지인 초대 후 음식물을 남편 퇴근 전 몰래 내다 버리는 등 남편 본인 어릴 때의 결핍을 정작 그런 결핍이 없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강요하며 육아로 지쳐있는 지인을 더 힘들게 하는 온갖 상황에 늘 마음이 쓰였었다.
하지만 좋은 소식이 아니니 본인이 마음 준비가 되면 알아서 연락하겠지 싶어서 간간히 카카오톡으로 안부만 챙기다가 1년 반 만에 얼굴 보게 되었는데 정작 이혼 조정을 준비하는 그녀의 얼굴에서 빛이 났다.
남편과의 별거 후 그녀의 남편은 아이들이 엄마를 보지 못하게 지방 친척집으로 한 명씩 보내놓는 등 그녀의 가장 소중한 아이들을 볼모로 그녀를 여전히 괴롭혔지만 그녀는 본인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고 살았다며 오히려 향후 아이들 양육권을 가져오기 위한 현실적인 경제력을 준비한다며 이 기회에 원 없이 남 눈치 안 보고 하고 싶었던 공부, 일을 시작하면서 하루하루 눈을 뜰 때 하고 싶은 게 많다며 언젠가 아이들을 데려올 생각에 하루하루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했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놓였고, 그녀의 앞날이 진심 기대됐다.
그런 그녀가 몇 달 뒤 이혼소송 위해 양육권 사실확인서를 부탁하길래 도움이 되길 바라며 진심을 다해 한자씩 꾹 눌러서 작성했다. 자필이 효과적이라는 조언에 20여 년 만의 A4 자필 2페이지 작성은 팔 떨어질 거 같았지만 아이들 양육권 위해 온 힘을 다해 싸우는 지인에게 힘이 되고 싶었고,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거라 기뻤다. 이혼 소송 결과가 1년 넘게 걸린다던데 어떤 결과가 나오던 내 지인이 평안했으면 좋겠다.
나 또한 지인을 통해 행복이란 무엇인지, 가족은 무엇이고,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현재 벌어진 일에 집중고 매사 감사하기로 다잡았다.
재작년 작성한 글이어서 늦은 발행이지만 설 연휴에 여유가 생겨서 다듬어서 오랜만에 발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