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크 Oct 18. 2020

너무나도 익숙한 그릇들

매번 그릇들만 보면 눈물이 차오른다.

익숙한 그릇이 당신에게는 어떤 의미인가요?


부모님 댁에서 온 가족이 식사하는 즐거운 추석이다.


사랑하는 남편, 부모님, 형제, 조카 모두 모여

서로의 일상을 나누고 조카의 재롱도 보는

행복한 시간이다.


요리 금손인 엄마 갈비찜, 잡채, 낙지볶음 등...

상다리가 부러지기 일보 직전이다.


이 음식들을 정갈하게 담은 익숙한 그릇들,

빨간 꽃이 그려진 나만의 수저와 젓가락,

부모님과의 식사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수저받침.


온갖 맛있는 냄새로 가득 찬 이 공간에서

사랑하는 가족들을 지켜보며

난 고향에 왔음을 실감하고 안도한다.


모든 게 완벽하다.

그런데 눈물이 날 거 같다.


엄마가 항상 사용하는 스테인리스 볼은 광이 거의 없고,

엄마의 맛있는 음식들을 담은 그릇들이 너무 익숙하며,

 갈 때 한가득 싸주는 플라스틱 그릇들은 빛이 바랬다.


깨끗한 그릇들인데 너무나도 익숙하.

이 그릇들이 부모님과 닮았다.


나를 키우느라 많은 희생을 하시고,

그분들의 삶은 지나간 세월보다 살 날이 더 적다는 걸.


이 그릇들과 쌓인 과거의 추억보다

앞으로의 추억이 더 많길 바라본다.


너무 기쁘지만 슬픈 추석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헤어숍은 역시 머리 마사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