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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룰루랄라맘 Mar 31. 2021

퇴사 후회되시나요?

새로운 것을 얻기 위해 지금 쥐고 있는 것을 놓았을 뿐

아이에게 부모가 꼭 필요한 시간이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 마다 아이 발달단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역이 달라 권장하는 시간이 조금씩 다르지만 넓은 범주로 보면 대략 태어나서부터 열 살까지다. 열 살 이후에는 엄마의 품보다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기를 더 좋아한다고 한다. 당연히 아이들 성향마다 엄마의 품에서 떨어지는 시기는 다르다.      


초등학교 1학년이 되면 입학 후 일주일 동안은 교실까지 부모님과 함께 동행이 가능한 학교가 많다. 학교가 부모와 함께 등교하는 것을 허락해주는 시기가 끝나면 좀 더 부모와 등굣길 동행을 원하는 아이가 있는 반면 혼자서도 등교를 잘하는 아이들도 있다. 우리 아이들은 엄마가 등하교를 같이 해주길 원하는 첫 번째 유형의 아이들이었다.


언제까지 등하교를 같이 해줘야 하는 건가 싶어, 다른 집 엄마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해  아이들 친구 엄마에게 언제까지 등교를 같이 해줄 생각이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아이들 친구 엄마는 입학 후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등굣길을 동행해주러 현관문을 같이 나왔는데 아이가 "엄마 먼저 갈게~"하며 뛰어나가 현관 앞에서 발길을 돌려 집으로 다시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 이후로 그 친구는 혼자서 등교한다고 했다. 그 친구가 엄마와 함께 등교한 날은 3일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워낙 씩씩하게 보였던 친구였지만 1년 동안 등하교를 같이 해줬던 우리 아이들과는 엄마와 분리되는 시기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내가 후회하지 않을 만큼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는 회사에서 보내고 있는 시간을 내려놓아야만 했다. 일과 양육 둘 다 만족스럽지 않은 상태로 힘에 부쳐하며 둘 다 함께 가지고 가고 싶지 않았다.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놓아야 그 손으로 다른 것을 잡을 수 있다. 당연히 지금 손에서 놓은 것보다 새로 잡으려고 하는 것이 내게 더 가치가 있어야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       


엄마보다 친구를 찾아 엄마품에서 떠나는 날이 오기 전에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었다. 그리고 부모가 같이 있어야 할 그 시기를 그냥 흘려보내 미래 어느 날 아이들과 같이 있어주지 못해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임종을 앞둔 환자에게 가장 후회되는 일이 무엇이냐고 의사가 물었다고 한다. 환자는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삶을 마감해야 하는 순간에도 가족이 개인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해 준다.

  

나는 삶의 기반이 되는 가정을 견고하게 만들기 위해 내 시간을 빼앗는 것들을 가지치기해야 했다. 훗날 내가 다시 가정의 자리를 비우고 사회로 돌아갈 때 지금 쌓아 놓은 시간이 내 가정은 잘 지탱해 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육아,

눈에 보이는 보상도 없는 육아,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 보니 인정받기 힘든 육아,

남들에게 인정받길 원하면 더 힘들어지는 육아,      


이런 '육아'를 내 손으로 직접 선택했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도 평소보다 많은 보너스가 나왔다는 동료 얘기를 들을 땐 ‘내가 아직도 회사를 다닌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들게 된다. 누군가는 ‘퇴사가 후회되지 않냐’고 물어볼 수 도 있을 것이다. 내 대답은 ‘후회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후회하지 않으려고 지금도 노력 중이다가 맞을 것이다.      


내가 선택한 육아가 후회되지 않기 위해 나는 지금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봤다.       

아이들에게 직접 만들어주는 음식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려 하고 있고, 아이들의 에너지 넘치는 눈빛을 보며 지금 내가 지키고 있는 자리에 보람을 느끼려고 한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닌 내가 선택한 것들에 대해 스스로 의미를 계속 부여하고 있는 중이다.     


보너스를 두둑하게 받은 직장 동료가 앉아 있는 그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알기에, 직장 동료가 무엇을 내려놓아야만 하는지 알기에 나는 내가 선택했던 그 당시로 다시 돌어간다 해도 다시 ‘육아’를 선택할 것 같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와도 '육아'를 선택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안한 마음 들지 않는 건 아니다. 내가 선택한 육아라는 것이 등굣길 엄마와의 동행이 길게 필요하지 않았던 아이들의 친구처럼 언젠가는 끝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Image by Flori Braunhofer from Unsplash

언젠가 아이들이 내 품에서 떨어져 세상 밖으로 날갯짓할 때 아이들의 날개를 붙잡는 엄마가 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아이들이 없는 시간 나는  자신에 대해 더 잘 알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 친구들을 만나러 놀러 나간 시간을 허투루 보낼 수 없다. 독서를 하고 사색을 통해 나를 탐구한다. 


앞으로 목표는? 아니 지금 나의 목표는?

나를 더 잘 알아가기 위해 하루하루 잘 살아가는 것이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보상을 위해 내 시간과 몸을 사용하기보다 내가 정말 좋아하고 의미 있는 ‘내 일’을 하기 위해 시간과 몸을 사용한다.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한 경중도 다르다. 본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그리고 그것의 경중을 따져 선택하는 것이 후회를 막는 방법이다. 그리고 그 무엇인가를 선택했다면 후회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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