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이란? 5년 연애 끝 새로운 사랑을 기다리며..
얼마 전 읽은 글에서 사람은 누구나 미를 추구하는 본능이 있다고 했다. 여자는 잘생긴 남자를 좋아하고 남자는 예쁜 여자를 좋아하는 것이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프로그래밍된 기본 값이라고. 물론 사람마다 미를 정의하는 기준은 다를 것이다. 전형적인 미남형, 순정만화 주인공형, 박력 있는 마초형 등 많은 유형의 미남들이 존재하니까. 우리는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이성을 좋아하게 되는 이유 중 외모가 차지하는 비중이 꽤 크다는 사실을. 외모가 전부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인기가 많았다. 누가 봐도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평범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주는 인상이라고 했다. 실제로 대학생 때까진 많은 이성들의 대시를 받았었다. 한 번은 나와 나의 남자 친구의 외모를 비교하는 친구의 말을 들었다.
"너라면 훨씬 잘생기고 키 큰 남자를 만날 수 있는데 저 남자가 무슨 매력이 있길래 만나는 거야?"
이 말은 진짜로 내 남자 친구의 매력을 물어보는 질문이 아니었다. 겉으론 남자 친구에게 엄청난 매력이 있고 넌 그걸 가진 사람이야라고 멋지게 포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왜 만나니? 뭐가 문제야?라는 뉘앙스의 말이었다.
이때 만났던 내 남자 친구는 키가 165cm이었다. 그는 대부분 구제 옷을 입었고, 머리는 셀프 이발을 했다. 또 신발을 아주 더럽게 신는 버릇이 있었다. 학교에서는 술만 마시면 난동을 피우는 지독한 인간이라는 게 그에 대한 평이었다. 분명 깔끔한 인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나는 그런 그의 모든 것이 좋았다. 그의 작은 키 덕분에 옆으로 돌아보면 바로 있는 얼굴이 입맞춤하기에 좋았다. 그를 따라 구제 옷을 사 입는 재미에 빠졌다. 점차 느는 그의 이발 기술에 내 머리를 맡겨볼까도 생각했다. 더러운 신발은 어쩔 수 없었다. 술버릇도...
한 번은 내가 친구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사람 키는 작지만 마음은 드넓은 태평양 바다 같아. 나를 향해 살랑이는 잔잔한 마음은 나를 정말 평화롭게 해. 누구보다 나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
처음엔 친구들이 보내는 불안한 눈빛에 내 마음도 흔들렸었다. 내가 먼저 좋아해서 시작한 만남이 아니었으니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이 불안정했다. 나도 모르게 그의 외모를 평가하기도 했다. 문제가 된 건 그의 외향적인 모습뿐만이 아니었다. 사람들과 사사건건 부딪히는 반항아 기질은 정말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연애 초기 그와 함께 집 근처를 걸을 때면 부모님이 보실까 봐 마음을 졸이곤 했다. 그런데 그는 한결같이 나에게만은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었다. 스치듯 던진 말도 기억해서 챙겨주던 다정한 사람이었다. 겉으론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만 속에는 상처가 많은 나를 보듬어주었다. 문제 상황이 생길 때면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주도적으로 노력했다. 마침내 나는 그가 보이는 것과 달리 마음이 참 여리고 따뜻한 사람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아픔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가 왜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지, 어린 시절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
내가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 것은 아마도 그의 불완전한 모습을 내가 채워주고 싶다고 느꼈을 무렵이었다. 완벽하지 않은 내가 다른 사람의 불완전함을 감싸주고 싶어 지는 마음. 불완전한 둘이 만나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채워지지 않는 부분은 그저 나누는 것만으로 위로받을 수 있는.... 그런 게 사랑이 아닐까?
그는 나의 지난 아픔과 깊이 내재된 슬픔을 모른 척하지 않았다. 꺼내보는 것이 두려워 묵혀두었던 내 과거의 아픔들을 마주할 수 있게 도와주었고 그것들을 천천히 소화시킬 수 있도록 내 옆을 지켜주었다. 지금은 헤어졌지만 여전히 고마운 사람. 나를 더욱 성장시켜준 그 사람과 우리의 5년이라는 시간이 참 감사하다.
나는 이제 그 사랑을 지나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하려는 순간이다. 첫 만남에 보였던 완벽함보다 실수하는 인간적이 모습이 사랑스럽게 보인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부정적인 시각에 꼭 그렇지 만은 않다고 알려주고 싶다. 아이같이 구는 모습에 실망을 하기보단 그저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 나의 미숙함에 That's okay라고 말해주는 그 사람이 좋다. 내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사람. 누구한테도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속마음까지 나누고 싶은 사람. 내게도 사랑이 오고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