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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 Dec 26. 2021

길 잃은 50대에게 보내는 편지

글로 길을 내다.

새벽 4시쯤 되었을까. 몸이 덥고 목이 말라 잠에서 깼다. 자기 전 머리맡에 놓아두었던 컵이미 비어 다. 온수매트 온도를 낮추려고 일어나 보니 매트 전원은 켜져 있지도 않은등에서는 땀이 나 입고 있던 윗옷을 벗었다. 갱년기가 되면 갑자기 얼굴이나 등이 후끈거려 잠을 못 잔다는 말을 듣긴 했었지만, 누구보다 추위를 타던 내가 열감에 잠을 설칠 줄이야.

바로 일어나 부엌 정수기 앞으로 가 선 채로 물을 마시고 화장실로 걸음을 옮겼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본 순간 졸음이 확 달아났다.

앞머리숱이 빠져 휑하고 입가와 이마엔 깊은 주름골이 파여있었다. '이게 정말 나인가?' 자다 일어나 느닷없긴 하지만 손가락으로 가르마를 이리저리 바꾸어보고 입꼬리를 올려 억지로 웃어보했지만 소용없었다.

다시는 자다 깨서 거울을 보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얼른 불을 끄고 침대로 가 누웠다. 이미 잠 깨버렸고 머릿속엔 이런저런 생각들이 두서없이 맴돌았다.


얼마 위로받자고 털어놓은 얘기에 무신경하게 직언을 해댔던 친구가 떠올라 속이 부글 거리기도 했고, 독서모임에 제출한 엉성한 글이 떠올라 한숨을 쉬기도 했다. 몇 달째 해외출장 중인 남편에 이어 큰아이까지 교환학생을 떠날 걸 생각하니 마음은 더욱 휑해졌다.

 두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고 나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내가 원하던 길을 가리라 마음먹었는데 막상 그때가 되니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막연하기만 했다.

책도 읽고, 가끔 친구들과 만나 브런치도 먹고, 마지막까지 한편이라고 믿고 사는 식구들도 있지만 휑한 마음은 채워지지 않았다.  다들 그렇게 산다고, 사는 게 원래 그렇다고 스스로에게 아무리 얘기해봐도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삶은 이게 아니었다는 소리만 점점 더 또렷해질 뿐이었다. 하는 수 없이 그 소리에 귀 기울이고 조금씩 글을 써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막상 쓰려면 뭘 써야 할지 생각나지 않았고 게다가

쓰고 나서 그 글을 읽으면 정확히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아니다 싶었다. 

 쉰이면 지천명이라 했지만 나는 하늘의 뜻을 알긴커녕 내 마음조차 알 수가 없다. 이대로 길을 잃은 채 60이 되고 70이 되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매일 부지런히 읽고 조금씩 써나가며 오랫동안 막혀있었던 나의 길을 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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