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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Dec 12. 2020

너 밤맛이다

마롱글라세 Marrons Glacé



프랑스인들은 밤 디저트를 유독 사랑한다.

밤 크림은 어느 매장에서건 구할 수 있는데, 마롱글라세, 글레이즈 입힌 밤톨이는 특별한 날 먹는 귀한 몸이다. (사실 밤 크림은 마롱글라세를 크림화 시켜서 만든 것이다)

프랑스와 일본 식문화 교류는 역사가 오래된지라, 일본의 마롱글라세도 아주 유명하다. 해서 우리나라에도 상당히 알려지게 되었다.


익스피디아에 따르면 마롱글라세의 시작은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 남부와 이탈리아 북부에서 먹던 것인데, 정확하게 근거는 남아있지 않아 프랑스인지 이탈리아인지 알 수는 없다. 어쨌거나 밤이 많이 나는 지역에서 발달한 것은 분명하고도 자연스러웠고, 설탕의 보급이 이 작은 디저트를 탄생시켰다. 이 시기에 이탈리아 셰프  Duke of Savoy 가 남긴 요리책에 처음 언급되었고, 17세기 베르사유에서 일한 프랑스 셰프  François Pierre La Varenne 가 세밀한 레시피를 남겼다. 그리고 1882년, 프랑스 리옹에 처음으로 마롱글라세를 만드는 공장이 세워졌다.


우리는 그냥 '밤'이라 칭하지만(물론 밤의 종류는 하나가 아니다) 불어에는 다른 이름이 있다. 일반 밤, 밤송이에 밤 두 톨이 있는 châtaigne 이 있고, 한 송이에 커다란 밤 하나만 들어있는 묵직한 것이 마롱 marron.

이 마롱으로 만들어야 진정한 '마롱글라세'로 인정받는 셈이다.

물론 이름은 마롱으로 달고 나오는데 마롱이 아닌 경우도 많지만, 비단 이것뿐이겠는가.




마트에서는 이렇게 초콜릿 박스처럼 판매하는데 15개입에 7-8유로가량한다.

살살 녹는 마들렌으로 유명한 페스츄리 가게 Gilles Marchal에서 구입한 이 아이는 한 개입에 3.5유로. 거의 오천원인 셈이다.  군밤장수한테 밤 한 봉지 그득 살 수 있는 가격이다.  딱 하나를 사서 둘로 나눠 친구와 먹었다. 바게트가 보통 1.2유로인데 이거 너무하다,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포장을 조심스럽게 뜯어내면, 마트 것보다 두 배 이상의 크기가 증명하듯 진정 '마롱'임이 눈에 보인다. 한 입 베어 물자 마트표와 차원이 다른 쫀득함과 풍미에 잠시 말을 잃고 음미했다.

 잘 만든 마롱글라세는 이런 맛이구나.

 밤 표면 건조하게 하얗게 굳어진 설탕 범벅, 밤맛이 나는 설탕 같은 느낌의 마트의 것과 달리 윤기가 나고 밤 속까지 촉촉하면서 바닐라 향도 느낄 수 있는 수제 마롱글라세였다. 


밤 껍데기를  잘 벗기기 위해 물에 담갔다가 하나씩 벗기고 나서, 설탕 시럽 물에 담가 열흘을 물먹어야(?) 한다. 매일 시럽을 끓여 밤 속에 잘 베도록 해주어야 하니 인내심 싸움이다. 글레이즈 도넛처럼 겉만 시럽으로 발린 밤은 그렇게 테가 나게 된다.

배를 채우는 음식도 아닌 작은 한 입에 엄청난 수고를 들이는 일,

언제까지 남아있을 수 있을까.

알아주는 이가 없어질 때까지일지, 

아니면 장인이 사라지는 날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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