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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Dec 21. 2020

닭다리보다 오리 다리

졸인 오리 다리, 콩퓌 꺄나드 Confit de Carnard

파인 다이닝에서는 오리 가슴살을, 보다 편하게 즐기기 좋은 비스트로에서는 오리 다리 요리를 낸다.

지방은 적으면서 특유의 쫄깃거림과 잘 조리하면 충분히 부드러운 가슴살, 얇게 슬라이스 해서 자그마한 디쉬에 고운 자태로 올리기 좋다. 닭다리보다 뼈대가 굵은 오리 다리는 탱글하고 살도 두터우니 한 다리 터억, 푸짐하게 내놓기에 좋다.


프랑스인들에게 ‘프랑스 요리는 뭐가 있을까?’

물어보면 스테이크와 감자튀김... 이 많이 나오는 것은 일단 제쳐두겠다.ㅡ 이제 이것은 어느 나라 요리인지 정의가 어렵게 된 음식인 듯하다. ㅡ비프 부기뇽(와인에 절여서 끓인 소고기 스튜), 감자 도피 누아(그라탱), 코코뱅(와인에 졸인 닭), 크레이프.. 그리고 이것, 오리 다리를 많이 든다.


콩퓌 confit는 '보존하다'라는 불어 confire에서 온 것으로, 냉장시설이 발전하기 이전 고기를 보존하던 조리 방식 중 하나다. 기름에 오랫동안 조린 고기를 그 기름과 함께 저장하는 것인데, 일반적으로는 겨울을 이겨낼 정도 기간을 잡고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요즘처럼 통조림이 가능한 진공상태라면 몇 년이나 놓고 먹을 수도 있다. 


실용 목적의 방식이 오늘은 미식의 한 방식이 되었다. 기름에 졸인-혹은 절인- 고기는 포크로 지그시 눌러 밀어내면 살이 빠져나올 만큼 근육조직이 다 풀어헤쳐져 있다. 그 사이사이에 지방이 한껏 들어차 있으니 풍미가 깊고, 고기를 즐기기 어려운 노인들도-뭐 노인이 아니어도 치아가 약한 젊은이도- 먹기가 쉽다. 풍부한 맛을 이미 시간과 함께 지니게 된 오리 다리는 별도의 소스가 없어도 맛이 난다. 물론 레스토랑에서는 오리 고기로 만든 소스를 끼얹지 않으면 허전하지만, 소스 없어도 괜찮은 오리 다리는 다시 한번, 

그저 시간이 필요하다.


최소 6시간, 보통은 하루 24시간을 졸인다. 여건상 요즈음엔 올리브유를 쓰기도 하지만 전통적으로는 오리 기름을 써야 제맛이 난다. (흔하게는 아니지만 유럽에서는 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다) 그러니까 자기 지방으로 자신을 불살라(?) 최상의 맛을 내는 셈이다. 자기 정체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결국 최선의 결과를 낸다고 조금 무리하게 끼워 맞춰 본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노력하는 이유, 목표하는 바가 아니겠나 싶다.

본인의 정체성을 이끌어내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것이지 말이다.


아, 오리 다리여!
너만큼 퉁퉁한 살이 올라 나도 내 한 몸 불살라 오래오래 버텨보겠나니.

오래된 파리의 비스트로에서 먹은 콩퓌 꺄나드


필리핀식 아도보 Adobo, 간장 소스에 졸인 내가 만든 오리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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