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아가도 입맛이 있구나

사과 오픈 토스트

by 파리누나

백일 앞으로 다가온 출산과 동시에 불어난 몸과 체중계의 숫자에 깜짝깜짝 놀라,

하루 한 끼 정도는 가벼이 먹어보자.

가볍지만 정성스럽게 아가도 함께 보고 먹는다고 생각하며 차려본다.


평소 좋아하던 음식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려보는 것만으로 속을 울렁이게 만든 입덧의 시기를 지나

임신 13주 차를 넘자 내 입맛이 제 집 찾아 돌아왔다.

2주 정도로 길지 않은 입덧의 날들로 지나간 것이 다행으로 여기면서.


엄마는 언니와 나, 동생까지 세 번 임신기간 내내 심한 입덧으로 배만 볼록 나온 안쓰러운 임산부의 모습이었다고 했다.

언니가 임신을 했을 때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나를 벤 엄마의 젊은 시절을 이제야 떠올려 본다.

유산한 것까지 치면 네 번의 임신을 한 엄마는 그렇게 힘든 입덧을 거쳐 우리를 낳고, 바쁜 아빠 몫까지 세 아이를 독박육아하다시피 하셨다.

그 시절 다 그랬고, 더한 사람도 많았지 뭐,라고 더 윗 세대들이 말씀하시겠지만

내 부모의 부침을 그렇다고 축소시킬 수는 없으리라.

내가 아기집만 보이는 초기의 초음파 사진을 보여줬을 때 엄마는 나를 참 애틋하게 또 기특하게도 쳐다보셨다.

만약 내 아이가 딸이었다면, 그러니까 딸이라면 어떨까 생각했을 때 드는 감정의 아주 일부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플레인 요거트 이불 덮은 사워도우 브레드 위에 채 썬 사과를 나란히 나란히.

약간의 견과류와 꿀 한 스푼은 필수다.

살짝 시큼한 빵에 산미를 더하는 요거트를 중화시키는 달콤한 사과.

어떤 계절 과일과도 어울리게 먹을 수 있는 흰 도화지같은 요거트는 매일 어떻게 먹을지 행복한 고민을 하게 한다.

이 맛있는 요거트를 입덧 때는 어찌도 입에 대기 싫었던지.

본디 고구마나 밤도 참 좋아하는데 그땐 먹기 싫어서 썩어 문드러질 때까지 입맛이 돌아오지 않아 쓰레기통행이 되기도 했다.


우리 아가는 나의 입맛과 취향이 완전히 다른가 본데,

내가 해 주는 음식을 먹어야 할 테니 지금부터라도 길들어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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