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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Mar 08. 2024

팔십 구일. 하나 둘 셋

부추전


친정이 더욱 아쉬운 이유는 언니와 남동생도 친정 근처에 살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이모인 나를 과분하게 좋아해 주는 조카 둘 포함.


성인이 되고 나서 훨씬 많은 대화와 교류를 한 언니와 달리,

나는 남동생과 어릴 때부터 자주 시간을 보냈다.

나이 차이가 조금 나는 언니는 아마 언니 친구들과 더 많이 어울렸던 것 같다.


내가 직장 다닐 때 남동생은 학생이었어서 시간 맞춰 카페에 가거나 할 시간이 동생이 더 많았다.

카페는 시도 때도 없이 가서 공부도 하고 수다도 떨고, 전시회도 종종, 둘이 해외여행도 꽤 많이 다녔다.

누나 둘 아래에서 자라서인지 동생은 공감대 형성을 잘하고 얘기를 잘 들어주면서 반응도 잘한다.

서로의 모든 연애 고민과 진로 상담, 부모님 걱정 등 인생 전반에 대한 모든 얘기를 나누는데

친구처럼 때로는 친구보다 더 편히 말할 수 있는 상대가 남동생이다.


친정에 왔지만 출퇴근 길이 길고 야근도 자주 하는 동생, 근처에서 혼자 자취 중이라 전만큼 시간을 같이 못 보낸다.

“안 피곤하면 저녁에 우리 집으로 와. “

나는 쫄래쫄래, 엄마가 만들어 준 부추전을 가지고 갔다.

부추전을 한 번 다시 데워낸 뒤 동생과 마주 앉아 늦은 저녁을 먹으며 두런두런,

동생의 연애 근황과 회사 이야기, 나날이 다른 나의 임신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어느덧 자정이 넘었다.


우리 아가한테도 이런 형제남매가 있으면 나도 마음이 편하겠다.

둘째를 고민하는 부모들의 마음이 이런 거구나.

사실 내가 가장 듣기 싫은 말이

“둘째 낳을 거예요? 자녀 계획은 어떻게 돼요?”

아직 첫 아이도 안 낳았고, 출산 후 나와 아이의 상태가 어떨지도 모르는데 그다음을 말하는 게 부담스럽고 불편하다.

내 아이는 내가 키우는 거지만 친정이 먼 나는 하나도 심리적으로 이미 벅찬 기분이거늘.


하지만 친구보다 내 편이고 남편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내 언니와 동생이라는 존재가 고마울 때,

아직 뱃속의 아가를 위함에 대해 또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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