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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Mar 16. 2024

팔십일. 시댁식구 결혼식

결혼식 뷔페


봄이 오나보다를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이벤트는 주말마다 결혼식 참석이 예정되어 있다는 것.


오늘은 신랑의 사촌 여동생 결혼식이 있는 날이었다.

직장인들은 봄가을철 매주 가게 되는 결혼식이 자금적으로도 체력적으로 부담스럽겠으나,

아직 아가는 뱃속에 있는 주부의 삶 속 나는 결혼식 참석도 바깥나들이 중 하나라 즐거웠다.

그런데 어제 (시) 어머님이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며느리 배도 무거울 텐데 집에서 쉬라고, 신랑 혼자 오라고 하셨단다.

당연히 어머님은 내 생각해서 한 말씀이지만, 나는 몸만 조금 무겁지 걷고 움직이는데 무리가 없기에

“시골에서 어른들도 오시는데, 가서 인사도 드려야지.” 하고 나의 나들이행을 취소하지 않았다.


이틀 전 저녁에는 남편의 삼촌, 그러니까 새 신부 사촌동생의 아버지가 연락이 오셔서 축의금 받아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해서 결혼식 한 시간 전에 미리 도착해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아는 사람이 딱히 없는 나는 혼자 식장 아래층에서 커피 한 잔 하면서 친척분들이 오시기를, 식 시작을 기다렸다.

식 20분 전 올라가니 시끌벅적해진 로비, 어머님은 어디 계신가 찾다가 식이 시작하기 직전에야 만나 인사를 드렸다.


“아이고, 몸 괜찮나?”

“아 네 어머님, 건강해요!”


자리가 마땅치 않아 어머님과 따로 앉아 식을 끝까지 봤다.

이윽고 사진 촬영이 이어지는데 남편은 아직 바빠 들어올 것 같지 않아 나는 사진을 찍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는 찰나,

친척분 중 한 분이 어머님에게 가방은 며느리에게 맡기고 사진 찍으러 가자고 하신다.

그러자 고모님도 내게 본인 가방을 넘겨주시고, 나는 얼떨결에 가방 세 개를 내 옆자리에 놓고 조금 뻘쭘하게 사진촬영을 봤다.

물론 사촌여동생분은 두어 번 얼굴 보고 이야기 나눈 것이 전부고,

어머님이(혹은 시댁 식구 다른 분들이) 같이 찍자고 하셨어도 아마 ‘배가 너무 나와서요’ 핑계로 안 나갔을 거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그리고 내 의사와 상관없이 하객석에 앉아있게 되니 약간은 서운한 마음이 들더라.


폐백까지 마치고 나서야 정산을 마친 남편도 다행히(?) 식사에 조인, 나는 뷔페에서 마음 편히 디저트까지 먹었다.

집에 오니 오후 네 시가 다 되었다.

한 시간쯤 쉬다가 산책하러 나선 길, 이래저래 했다는 얘기를 가볍게 남편에게 했다.

“사진이야 안 찍어도 아무 상관없지만~ 식구 아니라는 건가, 크크“

“사진 촬영한다고 할 때 얼른 나가서 서 있지 그랬어!”

남편이 괜히 자기가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농담하길래, 괜히 말했다 싶다. 큰 일은 아닌데.

그냥 그랬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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