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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Mar 19. 2024

칠십 칠일. 균형잡기

양배추 오믈렛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산전 필라테스에 다니고 있다.

본래 목적은 남편 외 연고 없는 지방에서 임산부들끼리 매주 만나다 보면 친구가 하나쯤 생길까 해서다.

올해 1월을 기점으로 했으니 시작한 지 3개월이 다 되어가지만,

아쉽게도 친구라 하기는 뭐 하고 인사하고 안부를 묻는 두세 명의 얼굴이 생겼다.

어느 정도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 싶을 때쯤 만삭인 산모는 더 이상 운동하러 나오지 못한다는 이유도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모두 얼마 뒤면 보기 어려워질 사이임을 알기에 충분히 가까워지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도 수확이 없지 않다. 오히려 내게는 부차적이었던 필라테스 본연의 목적에 매력을 느끼고 있기 때문.

오랜 기간 스케줄 근무를 해왔던 나는 정해진 시간에 강습을 받기가 어려웠다. 하여 홈트레이닝에 익숙해졌고 나름대로 혼자서도 잘한다고 믿었다.

오만이었다.

뒤에서 옆에서 선생님의 코치와 교정 아래 50분 동안 집중한 운동은 화면을 보고 따라 하는 자가운동과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내려갈 때 골반이 자꾸 뒤틀려요.”

“허리 과하게 꺾이고 있어요, 허리에 힘주면 안 돼요.”

“거울 보세요, 양 쪽 옆구리 균형 맞추시면서! “


그동안 집에서 얼마나 잘못된 자세로 혼자 진지하게 했는지 생각하니 웃음이 날 지경이다.

물론 어떤 운동이든 이를 가르치는 강사든 맹목적으로 믿지는 않는다. 좋다고 생각한 움직임이, 생활 패턴이 뒤통수칠 수 있는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실제로 필라테스 기구를 활용하며 평소 안 쓰는 근육을 쓴다고 말했더니, 남편은 평소 안 쓰는 건 결국 안 필요해서 안 쓰는 것일 수도 있고 결국 퇴화의 과정이라는 반론 제기를 하기도 했다 하하)

적어도 아가가 불편해하지 않으면서 나는 적당히 땀을 흘리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으로 만족해 출산 때까지는 해볼 생각이다.


필라테스 가기 전에는 과한 식사를 하지 않으려 한다.

오늘 오전엔 길거리 토스트로 먹고 싶은 것을 조금 참고 빵은 빼고 양배추를 가득 넣은 오믈렛에 저당 칠리소스를 조금 뿌렸다.

운동 마치고 돌아와서 식빵 토스트를 먹은 조삼모사의 식단이 되어버리긴 했지만.


운동도 식이도 내 편한 대로 생각하고 결론지어버리고 말았다.

어제 읽은 책에서는 불편하고 불확실한 것을 껴안으라고 했던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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