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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Mar 21. 2024

칠십 칠일. 나의 탄생과 너의 탄생

당근 케이크


디저트를 즐기지 않는 남편이지만

우리 두 사람의 케이크 취향은 당근 케이크, 서로의 생일엔 당근 케이크를 먹기로 했다.

잊어버린 줄 알았더니 카페에서 판매하는 조각 케이크나마 당근 케이크를 구해와서 조금 기특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둘만 보내는 나의 마지막 생일,

이라고 하니까 남편은

 “아니 애 낳는 길이 죽으러 가는 것처럼 말하나. “


 아이 낳는 걸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아니냐고 반박하려다가,

남편의 말뜻은 내가 출산하면 현재의 모든 것이 사라질 것처럼 부정적으로 보지 말라, 뭐 이런 의미라고 하겠다.

(‘여자의 언어’가 아니라 나는 ’ 내 남편의 언어‘를 익히고 있다.)

곰곰 생각해 보니 내가 그런 식의 발언을 종종 해온 게 사실.


작년 크리스마스 호텔 뷔페에 가서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이렇게 둘이서 호텔도 못 오겠지?”


일본 여행 중 맞이한 결혼기념일에는

“두 번째 결혼기념일은 우리 집에서나 보내겠다.”


이번 친정에 다녀온 다음 내려오는 기차에서도

“아기 낳고 당분간은 서울에 있는 친구들도 못 보겠네. 우리 가족은 나 보러 오겠지만…”


이 외에도 많았던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 신체적으로나 직장이 변함없을 남편에 비해 바뀌고 있고 바뀔 생활이 내 쪽이 훨씬 큰 거, 맞다.

남편의 퇴근 후 일상과 주말도 변하겠지만, 언제 다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지 모를 나는 여전히 조금 아쉬운 점이 있음이다.

그런 생각이 깔려 있어 자꾸 붙잡고 싶은 말들을 했나 보다.


생일 저녁을 먹으러 가는 오늘,

셋이 보낼 결혼기념일과 크리스마스,

이곳에서 새로 만나고 만날 사람들에 대한 기대를 가져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는 이 모든 것이 처음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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