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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Mar 25. 2024

칠십 삼일. 필요충분조건

토마토 토스트


임신 기간 중 가장 많이 먹었고 먹고 있는 것은 감귤류와 토마토, 달걀이다.

귤을 열몇 개씩 까먹던 언니나 동생과 달리 나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었던 귤이,

입덧 때는 귤 상자가 빌 틈이 없게 미리 주문을 하기까지 했다.

당도가 높은 편인 귤을 많이 먹을 수는 없어서 신맛의 욕구를 채워주는 토마토를 식사로 많이 한다.

한동안 달걀 토마토 볶음을 매일같이 먹었고, 입덧이 지나간 후에는 샐러드, 파스타

또는 오늘처럼 아주 간결하게

토스트 한 식빵에 크림치즈를 넉넉히 발라 토마토를 올려먹기도.

잘 익은 짭짤이 토마토는 단맛과 짠맛, 신맛이 고루 들어있어 약간의 소금과 후추만으로 충분하다.


두바이에서 같이 일했던 친구가 나와 비슷한 시기에 출산을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와, 신기하다. 축하해! 그런데 한국에서 낳을 생각은 아니고?”

두바이에서 국제결혼을 작년에 한 친구, 그곳에 정착을 했다.

“두바이에서 낳으려고. 한국에서 낳고야 싶지만 왔다 갔다 하기가 나중에 더 힘들 것 같아.”

하긴, 갓난쟁이를 열 시간 비행기 타고 한가득 짐과 돌아가는 건 무리겠다.


그리고 곧이어 든 생각은 두바이에서 육아는 조금 수월하겠다, 부럽네.


필리핀이나 네팔, 인도 보모가 많이 일하는 두바이라서 합리적인 월급에 육아나 집안일을 맡기기 용이한 편이다.

물론 친구가 보모를 쓴다는 말도 안 했고, 두바이 사는 부부들이 다 상주 도우미를 고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보다 부담이 적은 ‘옵션’이 있다는 것만으로 부러운 생각이 들어버렸다.

한국 현실에 절망했다기보다는, 나도 모르게 다른 임산부들을 보고 비교하는 나를 자주 발견하는 것이다.


만삭 촬영을 굳이 스튜디오 가서 작가가 찍어주는 사진까지는 필요 없다,

우리끼리 간단하게 찍자고 내가 남편에게 말해놓고는

얼마 전 예쁘게 촬영을 한 또 다른 임산부 친구를 보니 나도 전문가에게 맡겨 찍고 싶어졌다.


태교여행으로 근사한 호텔에 간 어떤 임산부의 피드를 보면 또 부러웠고,

출산했다고 선물 받았다는 명품 목걸이를 올린 사진에

‘쳇.’ 하고 넘겼지만 사실 시샘이 묻어났다.

내 현실이 그리 못나지도 불행하지도 힘든 것도 아닌데 조금 더 괜찮아 보이는 것, 나에게 없는 것이 나오면 멈춘다.

남들과의 비교 말고 비교는 어제의 나와만 하라는 둥의 조언이 난무하지만, 내가 미처 제어하기 전 빠르게 치고 올라오곤 한다.


지금에야 그나마 ‘흥, 칫, 뿡’ 넘기기라도 하겠는데

나중에 우리 아이에게 있어 저 엄마보다 내가 못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땐 부러움을 넘은 좌절이겠지,

싶은 생각에까지 미치니 마음 제어가 좀 필요하다.


소금, 후추로도 충만한 맛의 작은 한 알 토마토처럼.

만삭 촬영은 예정대로 남편과 둘이 찍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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