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믈렛 치아바타
조금 오래 서 있다 싶으면 어김없이 배가 슬슬 당겨온다. 그러다 보니 혼자 먹는 식사는 공정을 최소화하고 설거지거리도 안 나오게 프라이팬 하나에 접시 하나로 끝내려고 한다. 냉동해 두었던 치아바타를 약불에 올려 해동하고, 달걀 한 알을 대충 부쳐 슬라이스 치즈를 사이에 넣어 오믈렛처럼 접어둔다. 치즈가 사르르 녹을 동안 토마토를 잘라 소금, 후추 간을 해서 치아바타 사이에 쪼르르 놓고 오믈렛을 올리면 적당한 오늘 아침 완성.
좋아하는 요리를 이렇게 ‘끼니 때운다’는 생각으로 하는 건 정말이지 재미없고, 재미없지만 몸이 힘든 게 먼저라 무리할 수는 없다. 잠이 많이 오던 것 말고는 체력적으로 부치는 건 여태 거의 없었건만 만삭에 들어서기는 했나 보다. 이제 한 달 정도의 여유만 있다고 생각하고 조리원 가방 챙기기와 더불어 마음의 준비를 슬슬 해야 할 것이다.
사실 이런 생각에 미쳤다는 건 이미 출산이 임박해 옴을 느끼는 것이라, 요즘은 많은 것에 있어 의욕이 한 풀 꺾여버렸다.
열 달 동안 책도 정말 많이 읽고, 공연 전시도 종종 보고 안 해본 요리도 더 해야지. 남편이랑 둘만의 시간도 더 많이 가지고.
그랬는데 한 달 정도 남았다고 생각하니
그 안에 뭘 대단한 것을 하겠다고 발버둥이야,
책 한 권 더 읽는다고, 공연 하나 더 본다고 달라질 게 뭐야.
싶은 마음이 스치는 것이다.
뭐 하나 더 한다고 달라지는 거 크게 없어도 시간을 잘 보내는 것 자체로 중요할진대,
임신 초기의 몸과 지금은 너무 다르니 마음도 심경도 그대로일 수는 없다.
심적 변화도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받아들여보자.
아가의 다리와 발이 있는 부분이 약간 볼록해서 툭툭, 건드려 봤다.
간지럼이라도 타는지 뱃속에서 요동을 치길래 너무 귀여워 남편이랑 웃음이 터졌다.
아가도 나도 이미 달라지고 있고, 우리는 그 안에서 또 다른 변화와 행복을 맞이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