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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Feb 25. 2020

겨울의 토마토는 설탕이 필요해

토마토 데이


수업 2일 차는 토마토의 날이었다.

토마토 콩퓌, 토마토 퐁듀, 토마토 스파이시 시럽 등 처음 들어보지만 프렌치 요리의 토마토 기본 베이스들이다.

그런데 셰프는 죄 없는 토마토들한테 겨울에 나는 토마토는 보잘것없다며 모욕을 가감 없이 한다. 수업 일정에 있는 기본 과정이라 어쩔 수 없이 쓴다며 투덜거린다. 그렇게 말하니까 토마토가 더 작아 보인다.


펄펄 끓는 물에 토마토를 풍덩 빠뜨려 블랜칭을 먼저 하는데, 이 또한 여름 토마토보다 적어도 서너 배 시간을 들여야 한다. 그런데 또, 조금만 적정한 시간이 지나도 껍질이 속살을 안고 후드득 벗겨지니 조심해야 한다. 알고 보면 예민한 녀석.


목욕한 듯 조금 부끄러운 옅은 붉은 살을 내놓은 토마토는 올리브 오일과 타임, 소금, 통후추와 함께 마사지해준다. 여기에 여름 토마토는 필요하지 않은 설탕 한 스푼이 필요하다. 충분치 않은 수분과 단맛을 끌어내기 위한 보충제 역할이다.

그래, 아무리 부족해도 도와주는 무언가는 있게 마련이다. 작은 키친에만 있어도 알 수 있다. 우리는 같은 내용을 동시에 배우고 있지만 그 안에서 누군가는 누군가를 채워주고 있다. 모든 병의 원인이라고 구박받는 설탕도, 필요한 때가 있다.

약간의 설탕으로 잘 말려진 콩퓌는 쓰임새가 다양하다
토마토 퐁듀 위에 연어, 그 주위에 매콤함을 입힌 토마토 시럽으로 마무리한 플레이팅.


여름의 토마토는 어떨지 기대되기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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