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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무 Aug 05. 2021

All right all right all right

가지 많은나무

그렇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

예전에는 한 달에 한 번은 꼭 병원 응급실에 네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아프거나, 다쳐서 오는 게 일상이었다. 다행히도 코로나 이후로는 손을 잘 씻고 마스크를 쓴 덕분인지 감기나 장염 등으로 올 일이 적어지긴 했지만, 대신 다쳐서 오는 일이 많아졌다.

집에서 아이가 다쳤다는 전화를 받을 때마다 같은 방을 쓰던 감염내과 후배가

"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네요"

이러곤 했다.


코로나로 잔병치레는 없어졌지만, 에너지를 쏟을 일이 없어서 그런지 키즈카페에 오랜만에 데려가면 꼭 다치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올해 초: 둘째(다인) -키즈카페에서 발목이 접질려 발목뼈 골절- 4주간 깁스(CAST)
지난달: 역시 둘째(다인)- 키즈카페에서 넘어져서 쇄골뼈 골절로 X자 붕대를 4주
지난주: 첫째(아인) -역시 키즈카페에서 넘어지면서 발목 인대가 늘어났는지 응급실에서 깁스(Splint)


다행히도 소아 정형외과에 동기가 있어 바로 잘 봐주고, 치료도 잘 받았다. 아빠, 엄마가 의사인 게 이럴 땐 도움이 된다. 오늘 정형외과 외래에 두 녀석을 데리고 가서 마지막 진료를 보았다.

X-ray사진도 깨끗하고 잘 회복해서 깁스와 붕대를 모두 풀고 자유의 몸이 된 첫째와 둘째는 다시 뛰어다닐 수 있음에 신나 하며 키즈 카페에 또 언제 가냐고 물었다.

그놈의 키즈카페... 트램펄린을 없애든지....


그래도 네 아이를 키우면서 잔병치레는 있었지만 심하게 아프거나 다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다친 게 이 정도니 다행이지, 응급실에 오는 외상환자 진료를 보다 보면 험하게 다쳐서 오는 아이들을 가끔 보면 세상 모든 것들이 다 위험해 보인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고민을 한다. 경제적인 고민도 있고,

미래에 대한 고민, 아이들의 교육에 관한 고민, 육아에 대한 고민 등등.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를 키우다 보니 친척 어르신들이 잘 봐주시긴 하지만, 여러 사람들이 아이를 키우고 생활하다 보면 알게 모르게 서로의 불만이 쌓이기도 하고, 때론 사소한  일들이 서로의 마음을 상처 주기도 한다. 가족이라 편해서 더 신경을 덜 쓰다 보니 그렇기도 하고, 고마운 일들이 때론 당연하게 느껴질 때 서로의 감정이 상하기도 한다.


몇 년 동안 아이들을 돌봐주시는 분들과 아내, 때로는 나도 서로가 불편하게 느껴진 적도 있었다. 그리고 누구하는 경제적인 고민도 있고, 나의 커리어, 논문 등에 대한 고민도 꾸준히 있었던 것 같다.


이런 마음이 생기고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해서
머리가 복잡할 때 즈음..
신기하게도 아이들이 아팠던 것 같다.

그럴 때면 그동안 걱정했던 모든 것들은 한낱 모래 알갱이 정도의 고민밖에 되지 않고, 육아로 갈등을 겪고 있던 사람들 모두가 언제 그랬냐는 듯 아이들을 돌봐주고 걱정하고, 돌아가면서 스케줄도 조정하고 심지어 내가 당직이나 응급이 생겨서 못 들어오면 선뜻 집에서 함께 자주기도 하시고, 서로가 한마음으로 아이들을 돌봐주셨다. 논문과 커리어 그런 건 1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아이가 건강하게 회복하길 바랄 뿐... 그 어떤 걱정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얻은 교훈은


뭔가 걱정이 많고, 스트레스가 쌓이고 생각이
많아질 때면  당신이 지금 살만하다는 것이다.

바쁘고 정신없을 땐 오히려 생각이 나지 않을 텐데, 여유가 있고 머리가 비어있으면 잡생각이 많아지고 걱정거리만 늘게 된다. "이 일이 끝나면 걱정이 없겠네"라고 생각하지만 인간은 걱정을 사서 하는 동물인지라, 한 가지 걱정이 끝나면 또 다른 걱정을 하게 된다. 그래서 아이가 아파보면 그 어떤 것도 건강한 것보다 중요한 게 없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 것이다. 그래서 육아든 일이든 걱정이 쌓이기 시작하면 한번 숨을 참고 한발 짝 물러서서 생각해 본다.

"아이들과 나 그리고 우리 가족이 건강하면 됐다"
 All right all right all 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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