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철 & 장욱진 미술관
여행작가학교 동기들과의 모임이 있는 날이다.
양주에 사는 짱샘이 계획한 그 동네 한 바퀴이다.
교도관인 그녀는 '꿈틀꿈틀 마음 여행'이란 책을 썼는데 그 책을 읽다가 그 안에 나오는 소제목 네 글자 의성어와 의태어의 유창함에 반했었다.
글쟁이 짱샘이 지은 오늘 여행의 제목은 역시 네 글자 '두호투미'이다.
마장호수, 기산호수 두 개의 호수와 안상철, 장욱진의 두 개의 미술관을 가는 코스를 상큼하게 표현했다. 같은 음식도 예쁜 그릇에 담아야 더 맛있어 보이듯 제목이 예쁘니 오늘 여행에 대한 기대가 더 커졌다.
흐린 하늘을 이고 있는 마장호수는 꽤 넓은 어깨를 가진 기품 있는 모습이었다. 날씨 때문인지 사람들이 적어 호수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는 몇 안 되는 사람을 태우고 소심하게 출렁거렸다. 계속 따라 걸으니 마장호수 몸 둘레가 느껴진다.
기산호수로 이동하자 물안개가 산허리로 슬금슬금 내려온다. 호수엔 는개가 내렸고, 늘어진 안개와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거울처럼 똑같이 담아내고 있었다. 데칼코마니처럼 펼쳐진 수면 위의 풍경은 고요하고 다소곳했다.
이 평화로운 정적을 깨는 이가 나타났다. 오리 떼 네 마리가 엉덩이를 흔들며 물살을 가르며 바삐 행진한다. 그 귀여움이 몰입을 부른다.
다시 구름 걷히고 해가 나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는 도깨비 명대사처럼 흐려도 좋았고, 비 맞은 모습도 질척하니 색다르고, 날이 개이니 또 다른 풍경처럼 보였다. '두호를 걷는 동안 세 가지 날씨를 경험하다니 색다른 아침이다.' 일행의 들뜬 목소리가 수면 위에 파동을 만들어 햇빛에 반짝인다.
투미의 첫 번째 안상철 미술관은 호수를 마주한 요술 같은 건물이었다.
한국화가이신 아버지 안상철, 서양화가이신 어머니 나희균을 위해 건축가인 아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으니 작고하신 아버지가 하늘에서도 전시를 보실 것만 같았다.
작가의 아내 나희균과 그의 친구인 방혜자의 전시인 '빛의 숨결' 전시를 보았다. 짱샘의 노력으로 큐레이터까지 섭외하였으니 작품에 대한 착착 감기는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빛에서 와서 빛 속에 살다가 빛으로 돌아간다.'는 그림의 이야기가 마음에 남는다. 하지만 누군가에는 영혼의 숨결이라는 빛이 누군가에게는 도망치고 싶은, 숨어버리고 싶은 고통의 대상은 아니었을까?
나의 젊은 날도 어둠 속으로 도피하고 싶었던 날들이 많았다. 모두 밝게 웃고 있는 세상 속에서 혼자 떨어진 유성처럼 빛을 잃고 허우적거렸던 고통도 그 한편에 있었다. 삶이 주는 기쁨과 아픔이 빛의 출렁 거림 속에서 날카롭게 마음을 베었다가 어느샌가 또 아물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나무와 새의 화가 장욱진의 그림은 독특하게 생긴 하얀 미술관 안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의 그림은 단순해서 매력적이다. 군더더기가 없어 더 폭넓은 의미를 담아낸다. '심플하게' 늘 닮고 싶은 생활 습관이다.
일정이 끝났음에도 헤어지기 아쉬워 카페에서 웃음꽃을 피웠다.
짱샘의 교도관 이야기는 빛으로부터 숨어버린 사람들의 아픈 이야기가 많았다. 그 어려운 일에 용기와 자부심이 많은 그녀가 대견하고 어둠 속을 헤매는 이들에게 한 줌 빛이 되어주는 그녀가 고마웠다.
동기들을 위해 여행을 준비해 준 그녀의 넓고 큰 마음이 늦은 밤 운전하며 집으로 오는 나의 마음에도 오래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