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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마신후 숙취처럼 이별은 그러했다 '캘리그래피'어때요?

#16 인천예술회관갤러리&디아트엘

by 향기나


글자가 그림 되어
더 큰 울림을 주는 캘리그래피(Calligraphy)

‘아름답게 쓴 글씨’를 뜻하는 말로 그리스어 'kallos(아름다움)'에 'graphein(쓰기)'를 얹었다.


무더위에 무력해진 나를 일으켜 찾은 '춤추는 글씨, 감정을 그리다'라는 조세핀 회원전.

전문가들은 아니었지만 서툰 세련됨으로 수줍게 웃고 있는 문장들에게 마음이 머물렀다.



춤추는 글씨는 시각적 아름다움으로

감정이나 분위기를 더 세밀하게 전달한다.


글자의 형태를 자유롭게~

선의 굵기를 다양하게~

글자의 배열을 리듬있게~

여백은 조화롭게~

표현하여 예술의 경지로 이끈다.


활자 속에 묻혀 있던 시든 문장들은

물감 샤워를 끝내고 말쑥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스쳐 지나던 맥없던 문장들도

까치발 들고 사방에서 꿈틀거린다.


배우가 눈빛과 몸짓, 목소리로 연기하듯

가수가 고음과 저음, 가성과 진성으로 노래하듯


캘리그래피는


블랙의 농담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춤사위로 연기하고

크고 작은 형태가 만들어 주는 자유로움으로 노래한다.







2년 전 갔던 예당 저수지 근처에 있는

카페와 갤러리가 함께하는 공간 디아트엘

화이트가 주는 깨끗함과 정돈됨 위에 얹힌

카페주인 이영옥 한국화가의 센스 넘치는 블랙 인테리어는

마치 캘리그래피를 보는 듯 품위 있었다.

디아트엘 1층 카페 모습


마침 2층 갤러리에서는 캘리그래피 동아리 '꿈틀 두 번째 전시회'

<내 마음 너에게 닿기를>이 전시 중이었다.


나는 전시를 보며 글씨를 ‘느꼈다’.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힘들어하지 말아라.'

마치 침묵 속에서 들리는 마음의 소리처럼

외로운 인간들을 보듬어 주는 따듯한 손길 같았다.

혼자 있어도 당당하고 아름답게 피어있는 꽃

글씨의 느낌은 강렬해 큰 울림으로 힘을 얻었다.


애절한 그리움을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풍경에 담아내기도 한다.


행복을 빌어주는 사랑하는 마음도 잔잔히 담아낸다.



명문장 글자글자마다

인생을 어루만져 주는 듯

포근한 시선들.

전시 제목처럼

<내 마음이 오늘 그곳에 닿았다.>



삐뚤빼뚤해도, 서툴러도, 솜씨가 없어도

오늘 쓰고 싶은 나의 캘리그래피 한 문장은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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