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아침고요수목원
오랜만에 사진을 찍으러 나갔다.
코로나가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하던 2월 중순 이후로 4달 가까이 촬영을 쉬었다. 벚꽃이 피고 지고 주변이 초록으로 바뀌는 것을 바라만 보다 봄이 다 지나가버렸다. 봄과의 거리두기를 끝내니 1년의 1/3이 지나가 있었고, 2월보다는 코로나 확산세가 조금은 주춤해진 틈을 타서 오랜만에 사진을 찍으러 나갔다.
아직 수도권은 코로나 때문에 난리고, 국립수목원같이 국가에서 운영하는 시설은 14일까지 휴관인 상황에서 진짜 지금 나가도 되나 고민이 됐다. 이날 촬영은 평일에 차를 끌고 나가서 가급적 짧게 진행했다.
이제 6월이고 기온이 많이 올라가서 그런지 여름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직 봄이 끝나지 않았다는 듯 봄에 볼 수 있는 꽃들도 아직은 남아있었다.
햇볕이 따뜻함을 넘어 뜨거움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만큼 다른 풀들도 많이 자랐다.
7월이 매우 더운 때나 1월 아니면 사실상 촬영을 한 달 이상 쉰 적이 없었는데, 너무 오랜만에 나와서 그런지 초반에는 어떻게 사진을 찍어야 할지 순간적으로 잘 떠오르지 않았다.
정원들을 돌아볼수록 여름 분위기가 점점 짙게 느껴졌다.
코로나 때문에 봄과의 거리두기를 하는 동안 지나쳐간 봄꽃들이 생각나지만, 지금 찾아온 여름처럼 내년에도 봄은 온다.
거리를 두고 촬영을 하겠다고 했는데, 막상 나와서 보니 마크로렌즈를 챙겨 왔다. 평일 치고는 사람이 좀 많긴 했지만, 그래도 수목원 전체가 굉장히 넓었고 꽃과 나무는 많으니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녀야 하는 것만 빼면 꽤 쾌적한 촬영이 가능했다.
6일부터 수국축제가 있다는데 수국들은 이미 전시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몇 년 전 제주를 여름에 다녀온 뒤로 거의 매년마다 여름 촬영지에서 수국을 본다. 때로는 이렇게 매년 계절에 맞춰 등장하는 꽃들을 보면 예전의 내 사진들처럼 식상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이날은 오랜만에 나와서 그런지 조금은 새롭게 다가온 것 같다.
이날은 가급적 짧게 촬영하고자 했는데, 마스크를 쓰며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돌아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촬영을 빨리 끝냈다. 얼른 코로나 유행이 지나고 조금 더 쾌적하게 촬영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오는 동안 평일임에도 차가 엄청 막혔는데, 안에도 '나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사람이 꽤 많았다.
생각해보면 어차피 내가 평소에 찍는 습관 상 사람과 가깝게 마주칠 일은 매표소 말고는 없는데 너무 요란스럽게 생각한 것 아닌가 싶다. 코로나가 한창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촬영글을 올려서 안 좋은 반응을 받는 것도 두려웠고, 차를 타고 사진을 찍는다고 해도 결국은 촬영을 위해 매표소에서 접촉을 피할 순 없으니 코로나가 옮는 것도 두려웠었다.
어쩌면 다른 이유를 다 떠나서, 거리두기를 핑계로 잠시 사진을 쉬고 싶었던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꽤 오랫동안 사진을 찍지 않았었다.
나오니까 이렇게 좋은데.
Sony A7R2
Voigtlander Macro APO-Lanthar 65mm F2 Aspherical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