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한택식물원
1년 중 가장 더울 때다.
2018년 이후 7월은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니며 피사체 앞에서 구도를 고민하기엔 너무나도 가혹하게 느껴져 사실상 쉬기로 했었는데, 올해는 어쩐 일인지 일기예보를 봤을 땐 나가볼 만하다 싶었다. 물론 코로나가 수그러들기는커녕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된 탓에 일부 정원은 여전히 문을 닫은 상태였고, 장소를 고른다 해도 웹사이트 공지사항엔 안 써놨는데 알고 보니 코로나 때문에 휴업 중이라 기껏 갔더니 허탕치는 것 아닌가 싶었다. 이날은 적당히 교외에 있고, 적당히 넓어 사람을 가까이 마주치기 힘든 곳으로 골랐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수국들이 사람을 반긴다.
알록달록한 꽃을 피우는 품종들을 빽빽하게 모아 어느 부분을 찍어도 화려한 사진이 나오고, 프레임의 여백을 화려한 빛깔로 가득 채운 셀카로 SNS에 사진을 올리게끔 유도하는 배치는 아니지만, 길가나 정원 한편에 드문드문 배치된 것도 다른 꽃들과 섞여 나쁘지 않았다.
이맘때쯤 피어나는 비비추들도 나무 사이 여백을 메우고 있었다. 비비추가 꽤 많이 있는 곳인데, 정작 여기에 비비추가 피어 있던 시기에 와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수국이나 비비추만 여름꽃이 아니라는 듯, 다양한 여름꽃들이 넓은 정원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사람이 뜸해진 정원은 정원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깔끔한 사진을 찍는 데 도움이 되지만, 그만큼 벌레가 예전보다 더 많이 꼬인다. 매우 뜸한 바람과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음악과 가끔 머리로 달려드는 벌레들 날갯짓 소리를 들으며 정원들 사이를 돌아다녔다.
곧 비가 오려는지 하늘이 매우 불안하게 보였다. 구름을 뚫고 나오느라 옅어진 빛 아래로 무거워진 잎들이 제법 분위기 있게 느껴졌다.
KF94짜리 마스크를 쓰고 땡볕 밑을 돌아다니다가 지쳐버린 지난 촬영 이후, 며칠 동안 매일 아침마다 쇼핑몰 사이트에서 새로고침을 눌러댄 끝에 KF-AD마스크를 겨우 구했다. 가뜩이나 더운 여름인데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움직이려니 매우 고역이다. 동영상을 찍어볼까도 했지만 대신 렌즈를 두 개 챙겨가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좀 더 얇은 마스크로도 여름 더위 앞에선 소용이 없더라.
원래 올해 계획은 사진을 적게 업로드하더라도 한 컷 자체에 대한 고민을 조금 더 깊게 해 볼 생각이었으나, 고작 얇은 부직포 정도일 뿐인 마스크가 생각보다 물리적으로 피로감을 높여서, 대신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원하는 구도를 최대한 빨리 찾고 담아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Sony A7R2
Sony FE 100mm F2.8 STF GM OSS (SEL100F28GM)
Zeiss Distagon T* FE 35mm F1.4 ZA (SEL35F14Z)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