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큰산자생식물원 + 황학산수목원
초록이 짙어가는 시간이다. 따뜻함은 이제 사라지고 후텁지근한 느낌이 점점 올라오기 시작하는 만큼, 옅었던 초록빛이 이제 점점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이날은 드라이브를 하는 느낌으로 빙 돌아서 조금 외곽의 정원들을 둘러보기로 했다.
첫 번째로 들른 곳은 큰산자생식물원이었다.
얼핏 보면 조금 예쁘게 정비된 등산로와 유의미한 차이가 없어 보이는 좁고 긴 구조의 정원이었다. 거의 야생에 가깝지만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는 느낌이 조금은 새롭게 다가왔다.
빽빽하게 하늘을 가린 초록잎들 사이로 햇빛이 부서져 내렸고, 주변 논밭과 식물원을 둘러싸고 있는 산은 어느덧 짙어져 산뜻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여름 풍경이 제법 기대되는 정원이다.
다음 장소인 황학산수목원으로 이동했을 땐, 유독 흰색이나 흰색에 가까운 꽃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마치 눈이 쌓이듯 나무 위에 흰 꽃들이 쌓이고 있었다.
이제는 제법 넓은 그늘을 만들어줄 정도로 나뭇잎들이 자라났다.
해가 기울어짐에 따라 높은 곳에서부터 낮은 곳까지 노란빛이 깃든다.
산 너머로 해가 떨어지며 점점 빛을 잃어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천천히 내려왔다.
실제 작업에 쓴 시간보다 이동하는 시간이 훨씬 더 길었다. 무언가를 사진에 담기보다는 내 눈에 담는 것을 더 우선했던 날이었다. 정원들은 평일에 나와서 그런지 방역을 신경 쓸 필요도 없을 만큼 사람이 없었거나, 사람이 많이 찾는 시내만큼이나 방역을 철저하게 하고 있었다.
원래 첫 번째 장소에서는 조금 천천히 올라가며 작업하려다 중간에 뱀을 만난 탓에 촬영 분위기가 급격히 싸늘해져서, 원래 예정보다 조금 빨리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놀라게 했더니 그냥 도망가는 게 아니라 머리를 내쪽으로 확 뻗어보더니 도망가더라.
달리는 차 안에서나 내린 뒤 라이브뷰로 바라볼 때나 이제 점점 여름이 다가옴을 느낀다. 이제 다시 마스크를 쓰며 작업하기엔 조금씩 버거워지는 계절이 다가와서 조금은 안타깝다.
Sony A7R2
Sony FE 40mm F2.5 G (SEL40F25G)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