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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초록

무거운 공기 아래

7월, 물향기수목원

by 빛샘

시간이 흘러 올해도 반이 지나갔다. 작업도 뜸하게 나가고 집에 있는 시간이 크게 늘었지만, 창밖으로도 피부에 닿는 공기로도 이제는 제법 여름이 많이 가까워졌음을 느낀다.

장마가 좀 늦는지 이제야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는 것이 느껴진다. 마침 이 날은 오후에 비 소식이 있던 날이었는데,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서 촬영할 만큼의 비가 내리진 않을 것 같았다. 어느 정도 비를 맞으면서 무거운 공기 아래의 분위기를 담기 위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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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로 작업을 나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작업을 뜸하게 나가더라도 여전히 풍경은 시기에 맞게 변하고 있어서 이제는 한여름 풍경이 눈앞에 선명하게 펼쳐져 있었다. 2018년 폭염 이후로는 7월 작업을 꺼렸는데,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 조금은 낯설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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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한 공기와 흐린 하늘, 코로나로 인해 적은 사람들로 인해 분위기가 꽤 한산하면서도 무거웠다. 조금 과할 정도로 자라난 나무들은 길 위를 덮어버렸고, 정원 한쪽에서는 한창 데크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찾는 사람이 뜸해졌더라도 정원은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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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구석구석 돌아보고 피사체 하나를 뜯어보며 고민하기보다는, 천천히 걸으며 공기를 느끼는 데에 더 집중했다. 세밀하게 구도 내 피사체 구성을 조정하기엔 좋지 않은 화각이기도 했지만, 이제야 코로나 이전처럼 작업을 다시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사전답사를 나갈 때처럼 가볍게 작업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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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물게 내리던 빗방울이 조금씩 잦게 느껴질 때까지 돌아보다가 나왔다.






백신을 맞고 2주간 항체가 생길 때까지 기다린 다음,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개편되어 실외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닌 상태에서 나갔지만 막상 주변 사람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다 보니 나도 작업하는 동안 마스크를 쓴 채로 다녔다. 코로나 이전의 시대가 다시 오지 않을 거라는 누군가의 말이 다시금 생각났다. 원래도 여름에 작업하는 게 힘들긴 했지만 앞으로는 더욱 힘들어질 것 같다.





Sony A7R2

Zeiss Distagon T* FE 35mm F1.4 ZA (SEL35F14Z)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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