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청산수목원
어느덧 잊혔던 보일러를 다시 때고, 이불은 두꺼워져 점점 이불을 걷고 일어나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다. 벌써 올해도 끝나간다. 지난 2년간 코로나를 핑계로 꽤 게으르게 작업을 해왔지만 작년에도 가을 막바지엔 촬영을 나갔어서 올해도 겨울이 오기 전 마지막 모습들을 담기 위해 나갔다.
원래는 넓게 담아볼까 했지만, 사람이 제법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장소에 가다 보니 망원렌즈를 들고 갔다.
한낮에 도착했음에도 해가 제법 빨리 떨어지려 하고 있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시간에 기대하지 않았던 각도로 빛이 들어오는 것을 보니, 계절의 마지막이 저물어가는 것이 실감 났다. 붉거나 노랗게 물든 잎들은 옅은 바람에 흔들리며 빛났고, 마지막 가을꽃들은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었다.
핑크뮬리는 몇 년 전에 유행이 지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사람들이 좋아하는 배경인 것 같다. 바람에 흔들리는 꽃에서나 볼 수 있던 핑크빛 안개를 배경으로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팜파스들이 마치 낮게 내려온 구름처럼 심어져 있었다. 바람에 살짝 떨리는 모습을 보니, 예전에 오사카에 갔을 때가 생각났다.
옅은 바람에 물결치고, 낮은 빛에 울긋불긋 물들어가며 올해도 시들어간다.
아직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나오지만 사진 배경이 잘 뽑히는 곳이라 그런지 외진 곳에 있음에도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 망원렌즈를 들고 갔고 사람을 피해 다니긴 했지만, 부스터샷을 맞기 전이라 아직은 좀 무섭다.
동선 설계가 잘 되어있는 덕분에 의외로 넓은 화각의 렌즈를 들고 가도 사진을 찍는 데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사람이 몰릴 걸 예상했는지 배경으로 쓰기 좋은 팜파스나 핑크뮬리는 여러 군데에 분산 배치되어있고, 배경이 넓게 잡히도록 촬영 지점들도 서로 떨어져 있었다. 찍어줄 사람만 있다면 제법 예쁜 배경으로 사진을 남길 수 있을만한 곳이었다. 습지 비중이 생각보다 큰데, 여긴 여름에 망원렌즈를 들고 와보면 꽤 괜찮을 것 같았다.
Sony A7R2
Sony FE 100mm F2.8 STF GM OSS (SEL100F28GM)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