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신구대식물원
벚꽃이 세 번이나 스쳐갔고, 아직은 봄이었다.
오미크론 변이 이후로 작업을 좀 오래 쉬었는데, 나가서 사진을 찍는 것도 사진에 대한 글을 적는 것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코로나 이후로 작업을 거의 나가지 못하니 쓰던 글도 예전의 기억을 되새김질하다 진도가 나가지 않았고, 이렇게 내 머릿속에서 점점 사진이 없어져가는 건 아닐까 싶었다.
마침내 코로나도 점차 진정되어가는지 이제는 더 이상 바깥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지만 여전히 나가기엔 조금 부담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다시 일상을 찾아가는 느낌으로 짧게 나갔다.
평일에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정원이 한창 화려할 때인 늦봄이라 그런지 사람이 꽤 많았다. 바깥은 이젠 따뜻하다고 할 순 없는 시기가 왔지만 여전히 꽃은 봄꽃들이 주로 피어있었다.
이렇게 길게 작업을 쉬어본 적이 없어서 걱정했지만, 다행히 몸이 어느 정도는 기억을 하고 있었다. 늘 비슷한 위치에서 비슷한 것들을 봐왔지만, 오랜만에 나온 덕에 늘 보던 것들을 조금은 새롭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바깥에서 남들과 떨어져 작업하면서 코로나를 지나치게 걱정했던 건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조심했던 덕분에 한 번도 확진된 적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상황이 좀 더 진정되면 다시 예전처럼 시간을 쪼개 작업을 하러 나가는 것을 일상처럼 받아들이게 되지 않을까. 드라이브에 쌓여가는 파일들을 보며 다음 장소를 고르고 거기서 볼 것들을 상상하고 나가서 사진을 찍고 돌아와서 보정하고 올리는 일련의 정형화된 작업들도 다시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다시 일상적인 봄날을 맞기까지 참 오래도 걸렸구나 싶다.
코로나 이후로 내 사진이 딱히 달라졌다는 느낌도 들지 않고, 코로나 이후의 사진 생활이 이전과 크게 달라질 것이란 생각도 들진 않았다. 아직 덜 완성한 글도 지속적으로 밖에서 작업하며 영감을 받고 보충해나갈 거고, 취소했던 여행 계획들도 다시 알아보고, 이전처럼 스스로를 충전하고 오는 느낌과 더 나은 시선을 찾기 위해 고민할 생각이다.
Sony A7R2
Voigtlander Macro APO-Lanthar 65mm F2 Aspherical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