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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샘 Oct 24. 2021

가을과 단풍 사이

10월, 국립세종수목원

에어컨 하루 종일 붙잡고 있을 기세로 더웠던 날들도 지나고, 그동안 묵혀뒀던 긴 옷들과 두꺼운 이불들이 생각나는 시간이 왔다. 백신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한 뒤로 한동안 작업을 쉬었는데, 거리두기 단계가 조금씩 완화되려는 기색이 보여 이날은 오랜만에 밖을 나섰다. 백신이 코로나를 100% 막아주는 것도 아니고 확진자가 늘어난 탓에 걸리면 귀찮아질 듯하여 좀 오래 쉬었는데, 그동안 브런치에서 리텐션 알림도 왔었고, 여기서 더 쉬면 조금 억울할 것 같았다.  








아직은 단풍이 제대로 찾아오지 않고, 낮의 햇빛이 조금은 뜨겁지만, 시선을 조금만 옆으로 옮겨보면 주변 풍경이 마치 이제 곧 겨울로 변하니 보는 것을 재촉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름의 흔적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말라비틀어져 사라져 간다. 아직까지 푸른빛을 띠는 주변 사이로 가을빛이 조금씩 물들어가고 있었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한 지 얼마 안 된 암석원 쪽에는 물기를 머금은 어린잎들이 보였지만, 이제 이런 초록은 한동안 온실에서나 볼 수 있을 것이다.





바람에 꽃들이 날리고, 겨울준비를 하는 벌들이 꽃들을 흔들고 있었다. 





가을과 단풍 사이에, 드물게 있던 가을꽃들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전체적으로 숲이나 정원의 느낌보다는 공원의 느낌에 더 가까운 곳이었다. 동선이 길고 복잡하게 수목원 구석구석을 돌아보게끔 구성되어 있었고, 작업하기엔 좋은 조건은 아니었지만 걸어 다니면서 볼 때의 느낌이 괜찮았다. 전시온실은 예약을 해야 입장이 가능했는데, 당일예약이 안돼서 여긴 다음에 올 때 돌아볼 예정이다.


개장한 지 얼마 안 된 수목원이다 보니, 아직은 수목이 크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는 모양이었다. 근처에 아파트 단지가 많은데 수목원 안팎으로 풍경이 차단되지 않다 보니 넓은 화각으로 잡기엔 다소 부적합한 곳이어서, 이날은 마크로렌즈를 쓰기로 했다. 마크로촬영은 꽤 오랜만이다 보니, 적응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코로나가 빨리 진정되어 더 자주 작업을 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 





Sony A7R2 

Sony FE 90mm F2.8 Macro G OSS (SEL90M28G)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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