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한택식물원
유달리 따뜻하게 느껴졌던 겨울을 지나, 이제는 잊혔던 난방을 틀고 시원함이 추위로 바뀌는 때로 다시 돌아왔다. 이렇게 한 해가 다시 저물어간다.
아침엔 눈이 내렸다. 낮 기온이 예상보다 높길래, 눈이 녹기 전에 담을 것을 찾으러 나섰다.
화려하거나 복잡함을 자랑하던 것들은 한 해의 끝에서 시들거나 앙상한 모습들로 변해 있었다. 빛마저 뚫고 들어오지 못하던 바닥에는 낙엽들이 푸르던 때의 그늘을 생각나게 했다.
일정이 끝난 전시장의 모습처럼, 정원은 눈으로 덮여 있었다.
바깥에 비해 특별할 것 없어 보이던 온실도, 이제는 바깥보다 푸름을 자랑하고 있었다. 다소 외진 곳에 위치한 정원의 겨울엔 사람이 거의 없었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정원들을 둘러볼 수 있었다.
잎 대신 열매로 가득 찬 길을 지나, 햇살이 드리우며 눈이 녹기 전에 눈 덮인 정원의 모습들을 담았다.
처음 이 곳을 찾았던 날, 언젠가 눈이 내리는 날에 다시 찾아와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공교롭게도 상황이 맞아서, 7년 전에 여길 처음 찾을 때와 같은 바디와 렌즈를 들고 갔다. 처음 갔을 때 이곳은 한여름 햇살 아래 꽃과 초록으로 가득 찬 곳이었고, 이번에 갔을 때는 계절의 끝에서 조용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장비를 들고 사진을 담는데, 그 사진을 담는 나는 그때와 달라져 있었고 다행스럽게 내 사진도 그때와는 달라져있었다.
아직도 코로나가 완전히 다 끝난 건 아니지만, 올해 작업을 하며 돌아다녀 보니 생각보다는 작업 중에 코로나 걱정을 다소 덜 해도 될 것 같았다.
Sony A7R2
Zeiss Loxia 2/35 (Biogon T* 35mm F2)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