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바다향기수목원
따뜻함이 점점 후텁지근함을 넘어 뜨거움으로 바뀌어가고, 공기마저 눅눅해져 가는 시간이 왔다. 그만큼 창밖의 풍경은 짙은 초록빛을 더해가고 있다. 이날은 바다를 보러 갈 겸, 바다 근처의 정원을 찾았다.
입구 분수대를 한동안 바라보는데, 분수대에서 시원함을 느끼는 계절이 왔다는 것이 실감 난다. 정원을 차지하는 꽃들의 구성도 이제 여름 분위기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몇몇 지점은 포토스팟으로 사용되는지 군데군데 밟혀서 풍경에 공백이 생기는 지점이 있어 사진으로 담기에는 다소 아쉬운 구석도 보였다.
장미원에는 늦봄에 피어나던 것들이 이제 슬슬 시들어가고 있었다. 여긴 여름장미가 적었는지 아니면 내가 타이밍을 못 맞추는 건지 모르겠지만, 지난번에 갔을 때도 이곳의 장미 상태가 그렇게 좋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즈음의 초록은 7월보다 조금 덜 더우면서도 푸르름이 거의 절정에 달해, 꽤 보기 편한 느낌이다. 곧게 뻗은 길을 따라 걸으며 선명한 초록빛으로 변한 풍경을 담았다.
전체 구조가 양옆으로 길게 뻗어있어서 예전에 갔을 때는 장미원 너머로는 가보지 않았는데, 언덕에 암석원이 꽤 넓게 조성되어 있었다. 암석원 특유의 밀도 있는 묘사는 다른 정원 대비 다소 떨어져서 사진을 찍기에는 난해하지만, 터를 넓게 쓰고 외부와 격리된 구성이라 천천히 걸으면서 공기를 느끼기에는 괜찮은 구성이었다.
전망대까지 올라가기 귀찮아서 바다는 수목원 바깥 주변에서 볼까 하다가, 혹시나 해서 올라가 보니 수목원 영역 내에서도 바다가 보였다. 비록 내가 간 날은 흐려서 수평선이 뚜렷하게 보이진 않았고 썰물 시간이었지만, 오랜만에 탁 트인 광경을 한동안 바라보다 올 수 있었다.
예전에 갔을 때 무료였던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아직 이곳은 무료개방 중이었다.
무언가 밀도가 부족하다 해야 할지, 여기까지 온다고 장거리를 운전하느라 피곤해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유독 이곳에서 작업을 하다 보면 원하는 만큼의 이미지를 뽑아내기가 다소 난해한 느낌이다. 그렇지만 길이 일자로 잘 뻗어있고, 수목원 안 전망대든 근처든 바다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선 괜찮은 곳인 것 같다.
Sony A7R2
Sony FE 40mm F2.5 G (SEL40F25G)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