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낮에 보는 야상곡

아침고요수목원, 초화온실

by 빛샘

이전 글에서 산수경온실을 찍고, 이날 하루 종일 3개의 온실 모두를 둘러보려고 했었는데... 알파인온실은 겨울이라 그런지 올라가는 길 자체가 통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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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하게 초화온실로 내려오면서, 주변의 풍경을 담았다. 겨울 풍경으로 가득한 바깥이지만, 말라비틀어지고 삭막한 것들도 나름의 느낌이 있어 나쁘진 않다.


조금 천천히 길을 걷다가, 손난로의 온기가 다 떨어질 때쯤 초화온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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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색의 난꽃들이 온실 한쪽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서양란들은 대부분 무리 지어 피어 있다 보니, 하나를 분리해 잡기는 어렵다. 하나 가득 담으려거든, 주변 무리와 적당히 떨어진 것을 찾든가 아예 가까이 가는 방법이 있겠지. 꽃이 꽤 커서 가까이서 잡으면 배경을 잘 날리면서 주목도를 높일 수 있는 것 같다.





밖이 갑자기 흐려진 것 같은데, 마침 여기 위치는 언덕 아래에 있다 보니 해가 더 안 드는 것 같다. 금세 초저녁의 빛이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바깥의 불이 켜지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상상했었다.


셔터스피드가 매우 안 나오지만, 개인적으로 햇빛 쨍쨍 파워한 빛이 드는 분위기보다 이런 흐리고 차분한 분위기를 더 좋아한다. 물론 가뜩이나 무거운 180마를 들고 셔터스피드도 안 나오는 밝기에서 찍다 보니, 조금 찍고 쉬고를 계속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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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은 길 주변을 돌담으로 높이를 올려놓고, 작은 정원을 꾸며 놓은 형식이었다. 난꽃들은 그나마 사람 눈높이에 있지만, 역시나 여기 꽃들도 매우 낮은 곳에 있었다.


언제나 내 눈높이 이상의 화려한 것들을 보다가 문득 고개를 숙이면, 기대하지 않았던 아름다운 것들이 보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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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로 향하는 꽃들은 언제나 몽환적인 느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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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 중에는 꽃이 핀 것들도 있었다. 중간중간 숨어있는 깨알 같은 피규어들이 인상적이었다.



이때부터 빛이 현저히 줄어들고 거의 체력이 방전되서 사진들이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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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지쳐가지만, 그래도 담을 수 있을 때까지는 가득 담아봤다.








손이 아파서 조금 오래 쉬고 있다가, 렌즈를 갈아 끼고 빛축제 전에 정원 나머지 구역을 찍으러 나갔다.






빛이 잘 들지 않던 흐린 날 오후의 산비탈 아래에서 사진을 찍다 보니, 이곳의 보정은 밤에 보는 느낌처럼 만드는 방향으로 갔다. 다들 빛축제를 기다린다며 정원을 돌고 있어서, 입구 근처의 온실과 달리 여기는 덜 소란스러워서 좋았다. 뒤쪽 사진을 보정하면서 앞쪽 사진 스타일을 전부 다시 맞추기를 몇 번 반복했더니 너무 피곤하다... 하루만에 근 1300장을 찍어와서, 보정이 좀 많이 밀렸다.


이때만 해도 봄은 아직 한참 멀었는데. 문득 점심을 먹고 밖에 나가보니 산수유 꽃이 이미 피어 있었다. 나는 아직도 코트를 입고 있는데, 봄은 아무런 징조도 없던 것처럼 갑작스레 다가온 것 같다.





다음에 나갈 땐, 이번 사진보다 더 마음에 드는 것들을 담아올 수 있기를.





w_ A7R2, Sigma 180mm F2.8 macro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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