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영역,함께 사는 하루
서하는 출근 준비를 하며 머리를 묶었다.
강재는 아이의 물통에 보리차를 채우고 있었다.
서로 다른 리듬으로 움직이면서도
부딪히는 일은 없었다.
“오늘은 저녁 회식 있어.
많이 늦을 수도 있어.”
서하가 말했다.
강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아이 저녁은 미리 만들어둘게.”
대화는 짧았다.
짧았지만, 필요한 말은 다 들어 있었다.
그러나 감정은,
늘 말보다 늦게 따라왔다.
서하는 사무실에서 회의 도중
휴대폰을 확인했다.
강재에게서 온 사진.
‘오늘 점심. 가지볶음 먹였어 :)’
아이의 입가에 가지 조각이 붙어 있었다.
사진을 넘기고,
서하는 노트북 화면을 다시 바라보았다.
수치가 가득한 표 위에
문득 의문이 생겼다.
우리는 지금 같은 팀일까?
같은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냥
각자의 방향으로 살아가며
동시에 집을 지키고 있는 건 아닐까.
저녁,
회식을 마치고 돌아온 서하는
이미 잠든 아이 옆에 앉았다.
강재는 식탁 위 정리를 막 마친 참이었다.
“괜찮았어?”
“응, 오늘은 잘 놀더라.”
“울진 않았고?”
“조금. 낮잠 안 자서 그런가 봐.”
서하는 가방을 풀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깨가 무거웠다.
말 대신 물을 마셨다.
싱크대 앞, 강재가 물기를 짜낸 행주를 접고 있었다.
평온해 보였다.
아이를 재운 뒤,
두 사람은 거실에 나란히 앉았다.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불은 희미하게 켜져 있었고,
창문 밖엔 바람이 지나갔다.
“우리…”
서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같은 팀 맞는 거지?”
강재는 한참을 바라보다 말했다.
“그럴 때도 있고,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
그래도, 난 계속 그럴 거야.
같은 팀이라고 믿을 거야.”
서하는 그 말을
기록하지 않았고,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 말이 머물렀던 공기의 온도를 기억했다.
그날 밤,
서하는 오랜만에 먼저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