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로우의 실루엣
작은 ‘선’ 하나로 얼굴 인상이 정리될 때가 있다.
벨트를 조이면 허리가 생기고,
팔이 반쯤 덮이는 소매가 팔선을 정리해준다.
오늘의 나는 단정하고 싶다.
그 단정함 속엔 약간의 흐름이 묻어난다.
꾸미려 하지 않아도 흐르는 느낌,
그게 요즘 내가 좋아하는 인상의 결이다.
그날의 공기처럼 가벼운
– 더 로우 2025 프리폴 룩1 티셔츠
이제는 옷이 나를 설명하기보다 나를 놓아주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더 이상 ‘어울리게 입는 법’을 찾아 헤매지 않고, 그냥 어울리는 것만 남기는 방식으로.
오늘 입은 이 티셔츠는 더 로우(The Row)의 룩1.
코튼 100%인데,
겉으로는 캐시미어처럼 보이는 묘한 질감.
만져보면 분명 코튼인데, 결에서 나는 은근한 광택은 정말 미묘하다.
부드럽지만 단단하고, 얇지만 구조가 있다.
무엇보다도 이 옷은 덜어내는 방식으로 존재감을 만든다.
로고도 없고, 디테일도 없다.
그런데 옷 자체에서 나오는 고요한 정제감이 있다.
사람이 옷에 눌리지 않고, 옷이 사람을 지지해주는 느낌.
이제 옷장에서 샤넬은 기분전환용
한때는 샤넬 의류가 선택의 기준이었다.
매장을 들어서면 묘한 자신감이 생겼고, 자켓 단추를 채우는 손끝에서 어떤 ‘정체성’ 같은 것이 느껴졌다.
지금은 그 모든 것들이 잠시 머무는 ‘기분 전환’이 되었다.
요즘의 나를 해방시키는 옷은, 이런 고요한 구조다.
낮은 광택, 미묘한 결, 그리고 완벽하게 어울리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은 실루엣.
더 이상 ‘예쁘다’는 말이 목적이 아닌 나이
20대, 30대에는 옷을 입고 ‘예쁜 나‘ 가 되고 싶었다면,
지금은 그냥 ‘편안해 보인다’는 말을 듣고 싶다.
삶이 조금 녹아있다는 뜻일까.
옷은 해방이다. 나를 덜어내는 방식으로
요즘 내 옷장에는 옷이 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안의 몇 개는 나를 묵묵히 받아주는 옷들이다.
입으면 신경 쓰이지 않고, 편한데 자세는 흐트러지지 않는다.
그 옷들은 내가 뭔가를 입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나답게 숨 쉬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더 로우의 이 티셔츠도 그중 하나다.
정말 단순한데, 정말 괜찮다.
구조감이 몸을 묶지 않고,
그냥 내 흐름을 받아주는 방식.
옷이 나를 해방시켜 줄 때, 나는 가장 나답다.
계절이 옷장을 바꾸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의 결이 옷장을 바꾸는 시기.
지금 나는, 조금 더 비워내는 방식으로 나를 담고 있다.
#TheRow
#코튼티셔츠
#40대패션
#해방의옷
#구조적인실루엣
#브런치에세이
#감도있는옷장
#덜어낸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