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EL Métiers d’Art 2026, New York
어느 밤, 뉴욕의 오래된 지하철역 보워리에서
샤넬은 다시 사람들의 브랜드가 되었다.
조명을 받지 못하던 철제 기둥 아래,
말없이 걷는 사람들 위로
샤넬의 옷이 하나씩 스며들었다.
2026년 공방 컬렉션은 과거 어느 해보다 조용했고,
그 조용함이 이상하리만치 깊게 남았다.
블랙 트위드 셋업을 입은 그녀가 지나간 순간
내 눈에 가장 오래 남은 건
다른 무엇보다도 블랙 트위드 셋업이었다.
전형적인 샤넬이지만, 전형적이지 않은 분위기.
숏팬츠와 짧은 재킷의 조합은
단호하지만 무겁지 않았다.
한 치의 여유도 없는 실루엣인데,
그 안에 묘하게 쉼이 있었다.
어깨에 걸친 작은 가방,
크게 흔들리지 않는 걸음,
단단하게 틀어 올린 머리카락과 레드 립.
이 룩은 마치 말한다.
“나는 꾸미지 않았지만, 이미 준비되어 있다”고.
말수는 적지만, 존재로 말하는 사람.
이번 시즌, 내 눈에 들어온 언어는 그런 식이었다.
혼돈의 도시에서 균형을 말하다
마티유 블라지는 이번 쇼의 키워드를
Happy Chaos(행복한 혼돈)이라 했다.
그가 말하는 혼돈은 무질서가 아니라
‘서로 다른 것들이 섞여 공존하는 상태’였다.
하이힐과 운동화, 은발 여성과 10대 모델,
히잡을 쓴 여성과 해리티지 트위드를 입은 중년 여성.
도시는 서로 다른 계절이 동시에 흐르는 장소이고,
이번 쇼는 그 이질감을 조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섞는 방식을 택했다.
그리고 그 안에 샤넬은
예상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다.
샤넬은 “무대의 브랜드”가 아니라, “거리의 브랜드”
공방 컬렉션은 매년 샤넬의 장인정신을 알리는 의례처럼 느껴졌다.
올해는 장인의 손의 움직임도 분명히 느껴졌지만,
사람의 리듬에 더 가까운 쇼였다.
실루엣은 더욱 실용적이고,
소재는 부드럽고 도시적이며,
화려함보다는 구조가 말하는 옷들.
샤넬이 추구한 건
“옷이 입는 사람을 이끌기보다,
사람이 옷을 데리고 나가는 느낌”이었다.
그 자연스러운 긴장감.
그게 이번 쇼의 정답이었다고, 나는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내가 그날 마음에 담은 하나의 문장
검은 트위드를 입고 걷던 그 여성처럼,
이 시대의 샤넬은 더 이상
“보여지기 만을 위한 옷”이 아니었다.
도시의 지하철역을 지나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으로 들어가는 옷.
그런 옷이 되기 위해,
샤넬은 드디어
무대에서 ‘거리’로 내려왔다.
* All images’ source: Vogue Run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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