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까르띠에 브레이슬릿의 언어
빛은 언제나 손목에서부터 시작된다.
걷는 속도, 글을 쓰는 순간, 무심히 찻잔을 들어 올릴 때조차
금속은 움직임을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낸다.
어떤 날은 단단히 고정된 울림이고,
어떤 날은 물결처럼 흩어지는 반짝임이다.
나는 오래도록 러브 브레이슬릿을 그런 ‘고정된 울림’으로 기억해왔다.
드라이버 없이는 풀 수 없는 구조,
혼자서는 착용할 수 없는 번거로움,
그 모든 불편이 하나의 상징이 되어
사랑을 잠근다는 은유로 불렸다.
사람들은 그것을 낭만이라 말했고,
아이콘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아이콘도 변한다.
시대는 단단히 고정된 것보다는
흐름과 자유로움에 더 가까워졌다.
그래서일까, 이번에 다시 태어난 러브는
200여 개의 작은 조각으로 이어져
손목 위에서 부드럽게 흔들린다.
그 반짝임은 클래식의 묵직한 평광과 다르다.
클래식이 굵은 한 줄의 선이라면,
새로운 러브는 잘게 부서진 빛의 파편이다.
움직일 때마다 다른 결을 드러내며
손목 위에서 춤추듯 흩어진다.
조용히 있으려 해도, 시선을 머물게 한다.
처음엔 낯설었다.
빛이 너무 화려하지 않나 싶기도 했다.
강렬하고도 장식적인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면,
그 반짝임이 새로운 언어처럼 느껴졌다.
고정이 아니라 흐름으로,
영원보다는 순간의 여운으로 말을 거는 주얼리.
내 손목은 얇다.
클래식 러브는 언제나 조금 과했고,
미니 러브는 단독으로는 심심하게 흘러갔다.
그 둘 사이에서 이번의 러브는
적당히 단정하고, 적당히 흔들리며,
그 단정한 폭은 손목 위에 과하지 않게 자리를 잡을지 모른다.
나는 여전히 망설인다.
고정의 권위를 택할 것인가,
아니면 흐름의 자유를 받아들일 것인가.
러브의 상징성은 클래식이 더 강렬하지만,
내가 원하는 감정선은 오히려 이번의 유연한 구조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주얼리를 고른다는 건 결국 나를 고르는 일이다.
나는 어떤 여운을 남기고 싶은가.
과거의 나사 하나하나가 잠그던 서사보다,
움직임 속에서 흩어지는 작은 파편들이
지금의 나를 더 닮아 있는지도 모른다.
손목 위에서 빛은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그러나 흩어진 빛이 남기는 여운은
오히려 더 오래 가슴에 남는다.
새로운 러브는 바로 그 여운으로 다가온다.
나는 아직 선택하지 않았다.
다만 이 반짝임을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생각한다.
어쩌면 사랑도, 주얼리도,
잠그는 것이 아니라 흘려보내는 쪽이
조금 더 진실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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