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조용히 머무는 쪽으로 흐른다
꽃이 피는 순간은 찰나지만,
그 구조는 영원하다.
반클리프 아펠의 새로운 플라워 레이스 컬렉션을 처음 마주했을 때
내가 떠올린 것은 꽃 자체가 아니라,
꽃을 기억하는 방식이었다.
바로 피어오르지 않고,
선을 돌고 돌아 생기는 부드러운 여백.
이 컬렉션은 그런 ‘여운’을 모티프로 삼는다.
‘선으로 짜인 꽃’이라는 감각
플라워 레이스 컬렉션은
기존 반클리프의 플로럴 문법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꽃을 그리는 게 아니라, ‘꽃의 구조’를 비우는 방식으로 드러내는 디자인.
실제로 마주하면 “꽃”이라기보다는
“꽃의 여운”이라는 말이 더 적확하다.
중앙에만 다이아몬드를 모아두고,
나머지 꽃잎은 비워낸 듯한 볼륨의 곡선들.
이 비워짐이 오히려 눈에 닿는 감각을 오래 남긴다.
옐로골드의 컬러가 주는 온기
화이트골드 라인의 시원한 반짝임과 달리,
옐로골드는 시간의 결이 스며든 듯한 따스함을 준다.
햇살이 머문 물의 표면처럼
빛이 가볍게 머무르다 스며드는 톤.
여름의 끝자락,
피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어떤 감정 같기도 하다.
손에 올려보면 무겁지 않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곡선의 조형미와 다이아몬드의 정중앙 배치는
한 송이 꽃이 피어날 때의 리듬을 그대로 담고 있다.
반클리프의 ‘꽃’은 언제나 감정의 서사였다
반클리프는 늘 꽃을 이야기해왔다.
하지만 이 컬렉션은 명백히 다르다.
이건 “꽃”이 아니라,
“한 송이 꽃을 기억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가령 반클리프의 프리볼이 바람 속 피어오르는 생동감이라면,
플라워 레이스는 꽃이 진 후에도 손끝에 남는 선의 감각에 가깝다.
흔들림 없이 중심으로 모이는 선들.
비워진 꽃잎과 대비되는 작은 광채들.
그리고 나는
이 반지를 손에 얹고 나서
무언가를 말하기보다,
잠시 머무는 쪽을 택하게 되었다.
지나간 계절,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계절을
함께 끼고 있는 듯한 이 미묘한 디자인은,
당장의 ‘소유’보다
오히려 ‘감정의 비율’을 더 생각하게 만든다.
여운을 위한 선택
플라워 레이스는 눈에 띄기 위해 만든 컬렉션이 아니다.
오히려 반짝임의 결을 조절해,
기억에 오래 남게 만드는 미학.
그리고 그 곡선 하나하나가
내 안의 정적인 부분을 어루만져 주는 듯하다.
그래서 나는 이 주얼리를
‘화려해서 고른 것’이 아니라,
‘남아 있기 위해 고른 것’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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