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친구와 나눈 쇼핑의 감정
“소유보다 여운을 먼저 고르던 겨울의 쇼핑 이야기”
북유럽에서 한창 살았을 적 겨울, 프랑스 친구와 함께 런던으로 짧은 주말 여행을 갔었다.
셀프리지 백화점 근처, 거리엔 잔설이 녹고 있었고
우리는 따뜻한 커피를 손에 쥐고 작은 카페에 앉아 있었다.
“나는 이 장갑을 왜 이렇게 오래 고민했을까?”
무심코 내뱉은 말에, 그녀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물건을 사지 않아. 기억을 사는 거야.”
그 순간, 나는 이상하게 안도했다.
나도 오래전부터 같은 방식으로 소비해왔기 때문이다.
물건보다 감정이, 가격보다 여운이 먼저였던 방식.
그녀와 나 사이에 어떤 정서의 구조가 겹쳐졌다는 사실이, 내 안의 감정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주었다.
우리는 늘 그렇게 쇼핑했다.
한꺼번에 사는 법이 없었고,
트렌드에 휘둘리는 법도 없었다.
그녀는 니트 하나에 계절을 담았고,
나는 반지 하나에 어떤 겨울을 묻어두었다.
말없이 공감했고, 말하지 않아도 닮아 있었다.
나는 물건을 살 때 늘 이 질문을 먼저 한다.
“이걸 갖고 싶은 걸까, 아니면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은 걸까?”
프랑스 친구와 나눈 말은 내 감정선의 확인이었다.
망설임은 나에게 언제나 “진짜로 간직할 준비가 되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어쩌면 일년 넘게 고민했던 한 까르띠에 금장 시계를 아직 사지 않은 이유도,
지금의 나에게는 아직 그 시계가 감정의 결론으로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을 “2025년 겨울의 나에게 남길 인장”으로 정해두었다.
물건은 사라져도, 그 순간은 오래 남는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소유보다 여운을 먼저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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