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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색으로 돌아온다

칼세도니와 그날의 여름

by 루미 lumie

결혼식에서 내 부케를 받았던 친구가

갑작스럽게 우리 집에 놀러 왔다.


친구는 문을 열자마자,

“너를 닮은 꽃이 있어서”라며

하늘과 연보라가 섞인 꽃다발을 내밀었다.


그 순간, 잊고 있던 장면들이

슬며시 되살아났다.



내 결혼식은 여름이었다.

파랑과 보랏빛 수국이 가득한 계절.

입구에는 분필로 그린 그림이 걸려 있었고,

수국들이 줄지어 피어 있었다.


유난히 청량했지만, 어딘가 묵직했던 그날.

화려하지 않았지만,

나만의 감정이 진하게 배어 있던 여름이었다.




오늘 나는, 그날의 색을 다시 꺼내듯

하늘빛이 감도는 펜던트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이건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라,

어떤 감정을 기억하게 해주는 색이다.


칼세도니.

흐릿한 블루와 라벤더의 경계에서

늘 조용히 나를 감싸주던 빛.



우리는 살아가며

색을 통해 감정을 기억할 때가 있다.

사람보다 먼저, 마음보다 더 정확하게

그 날의 결이 떠오르기도 한다.


늘 소중한 사람들이 같이 행복했으면,

이란 생각도 해본다.



오늘의 꽃다발은,

그날의 마음을 아주 조용히 다시 꺼내주었다.


나는, 그 기억을

하늘빛 펜던트로 조용히 감아본다.

투명한 하늘빛에, 오늘의 마음을 투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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