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실에 있던 라면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인스턴트식품을 먹는 이의 마음 Q&A
인스턴트식품을 먹는이의 마음
“바쁘다 바빠”
자연스레 입 밖으로 나오는 말. 연휴가 끝난 지금, 내일은 얼마나 바쁠지 그리고 있는 내가 싫다. 월요병 시작이다.
편도 2시간 거리를 출퇴근하면 출근할 때와 퇴근할 때의 컨디션이 같아진다. 출근하자마자 지친 몸을 늘어뜨린 채 휴게실로 향한다. 누군가 라면을 뜯고 뜨거운 물을 부으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자연스레 아침 식사가 시작된다.
이직 전 아침 메뉴는 주로 '소리 나지 않으며 입에서 조용히 녹일 수 있는 것'이었다. 빵을 포장한 비닐을 벗길 때 나는 부스럭 소리, 우걱우걱 단무지 씹는 소리, 먹는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낼 정도로 강한 향. 신발 끄는 소리도 거슬리는 조용한 사무실에서 식사다운 식사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가장 즐겨 찾던 메뉴는 바나나와 우유, 카스텔라였다. 냄새도 안 나고 불필요한 소리도 들리지 않으니까.
IT 계열로 옮겨 두 군데를 다니면서 출판계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느꼈다. 가장 큰 차이는 자유 보장! 1분 1초에 덜 민감했다. 출근 후 커피를 사 오거나 휴게실에서 쉬는 시간을 가지는 게 눈치 볼 일이 아니었다. 보수적인 회사만 다녔더니 이런 풍경이 낯설어서 혼났다. 간식만 봐도 그래. 보통 각자 준비해서 나눠 먹는 게 대부분이었다. 회사에서 준비한다 해도 소량의 과자나 사탕 정도였단 말이지. 하지만 옮긴 곳에서는 간식비용이 따로 배정되어 군것질이 늘었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편의점이 부럽지 않은 휴게실이 있다. 그리하여 아침 식사 메뉴가 업그레이드되었다. 더는 조용하고 폭신한 식감을 찾지 않는다.
휴게실에 뭐가 많네요?
[BEST]
컵라면: 아침/점심/저녁 무관하게 가장 많이 찾아요. 브랜드/맛/조리법/크기 별로 다양하게 있어요.
컵밥: 개발자에게 상 주고 싶다니까요! 라면처럼 세 끼 전부 해결할 수 있잖아요. 따뜻한 국물이 당기는 아침에는 미역국이나 황태국밥, 든든히 먹고 싶은 점심에는 장조림 비빔밥이나 김치알밥, 야근할 땐 스트레스를 눌러줄 자극적인 짬뽕밥! 골라 먹는 재미가 아이스크림만 있는 건 아니쥬!
훈제 달걀: 아침 식사로 가장 많이 찾더라고요. 바쁠 땐 자리에서 일하면서도 해결 가능해서 좋아요.
핫바(소시지): 위 세 가지를 먹어도 허전하면 먹어요~ 전자레인지에 간편하게 조리하고 부피 대비 든든해요.
[냉동식품]
만두, 닭꼬치, 주먹밥, 브리토, 핫도그 등
에어프라이어를 들인 후로 냉동식품 활용이 늘었어요~ 모 브랜드에서 품절 대란이었던 닭꼬치를 한 판 가득 구워 한 꼬치씩 나눠 먹었는데 재밌었어요. 와플이나 호빵 등 디저트를 굽기도 하고, 박스로 쟁여둔 고구마는 겨울 별미죠~ 사무실에 풍기는 버터와 군고구마 향에 영혼은 이미 휴게실에 있습니다!
[기타]
두유/우유/요구르트/주스/다양한 차 및 커피
과자/초콜릿/사탕/젤리
육포/소시지
밤/말린 고구마 및 바나나
언제 휴게실을 이용하세요?
[ A ] 출근하면 무조건이죠! 모닝커피! 원두 향이 솔솔 풍기는데 얼마나 좋다고요 ~
[ B ] 아침을 꼭 먹어야 하는데 출근길에 마땅히 사 올 곳이 없거든요. 그럼 그냥 휴게실에 가서 컵밥으로 해결해요. 점심시간까지 든든하더라고요~
[ C ] 어젯밤에 술을 좀 많이 마셔서요. 해장이 필요해요. 자취하니까 어머니가 끓여주신 해장국을 못 먹잖아요. 조금 일찍 와서 라면 국물 마시면 속이 깔끔하더라고요! 쉿- 저 아침 안 먹어서 먹는 거로 해주세요!!
[ D ] 와... 오늘 밥 먹으러 나가기 너무 귀찮아요. 날씨도 별로고 그냥 간단히 먹으려고요!
[ E ] 너무 바빠서 밥 먹을 시간도 없어요. 이것부터 빨리 보내고 휴게실에서 때우려고요~
[ F ] 아.... 왜 그런 기분 있잖아요. 분명히 다른 사람보다 점심을 많이 먹었는데 3시만 되면 출출한 느낌이 들고 4시부터 배고픈 거... 저만 그런 거 아니죠? 핫바 하나 돌려먹거나 달걀 몇 알 들고나오는 거죠~ 공식적으로 당 떨어지는 시간이에요!
[ G ] 너무 졸려서요. 자리에서 졸다가 허벅지를 꼬집어도 잠이 안 깰 때요. 휴게실 가서 물 한 잔 마시면서 젤리나 껌이나 씹을 거리 찾아서 나와요!
[ H ] 집에 언제 갈지 몰라요. 하아- 말 시키지 마세요. 야근할 땐 무조건 종합세트에요. 종류별로 하나씩 다 먹어요. 자극적인 맛으로!!!
인스턴트식품 많이 드시는데 건강이 걱정되지 않으세요?
[ A ] 저 오늘 아침, 점심, 저녁 전부 휴게실에서 먹었잖아요!!!ㅋㅋㅋ 조금 빨리 죽는 것밖에 더 있겠어요?ㅋㅋㅋ
[ B ] 원래 이전 회사 다닐 때까지는 일주일에 세 번은 도시락 쌌어요. 확실히 밖에서 사 먹을 때보다 속이 편하더라고요! 하지만, 그건 회사랑 집이 가까울 때 얘기죠~ 집에 가서 잘 시간도 부족한걸요...
[ C ] 저한테 집에서 아침 먹고 오라고 하는 분이 계셨거든요. 그걸 제가 안 해봤을까요? 처음에는 당연히 먹고 다녔죠~ 근데 너무 이른 시간에 먹으니까 소화도 잘 안 되고 속도 더부룩하더라고요. 멀미할 때도 있고요. 결정적인 건 든든하게 먹고 와도 근무 시작하면 왜 다시 배고픈 거죠?? 꼬르륵 소리 나니까 더 신경 쓰이고요...
[ D ] 소화불량, 위염, 장염쯤은 일상 아닌가요? 퇴사하고 쉬는 동안에는 인스턴트 식품은 입에도 안 대고 직접 요리해서 먹었는데요. 다시 취업하니 어쩔 수 없어요. 시간이 금이더라고요. 그리고 체력이 달리니까 집에 와서 무언가를 더 할 체력이 없는 거죠. 아.... 운동은 언제 하는 건가요?
[ E ] 솔직히 자취하면 음식 만들어 먹는 게 돈도 많이 들고 쓰레기도 많이 나와요. 1인 가구를 위한 간편식품이 너무 잘 나오잖아요.
[ F ] 저는 워킹맘인데요. 코로나 때문에 아이가 학교에 못 가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어요. 아이 혼자 안전하게 해 먹을 수 있는 식품을 찾으니까 컵밥만큼 좋은 게 없더라고요. 다칠 위험도 없고요.
[ G ] 저 재택근무 하는데요. 혼자 있으니까 밥 해 먹기도 귀찮고 오히려 일에 더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거기다 집안일까지 보이니까 더 바쁜 거예요. 그래서 2분만 데우면 되는 인스턴트 생선구이랑 즉석밥 먹었다니까요. 저녁은 냉동 볶음밥 에어프라이어에 돌려먹고요. 집에 있는데도 이렇게 인스턴트식품 찾을 줄 몰랐어요.
[ H ] 사실, 저는 밀가루 먹으면 몸이 바로 반응해서 많이 아프거든요. 그런데 배고프거나 스트레스받을 때 눈앞에 먹을 게 많으니까 자제력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에요. 최대한 안 먹으려고 하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스트레스 많이 받으면 먹게 돼요.ㅠㅠ 그게 또 심해지면 한바탕 아프고요.
[ I ] 제가 만든 것보다 맛있어요.
이거 전부 내 이야기? 마음만큼은 직접 조리한 음식만 먹으며 하루 끝을 운동으로 건강하게 마무리하고 싶은 직장인이랍니다. 여러분은 인스턴트 식품을 언제 많이 드시나요?
메인 사진_Photo by Markus Winkler on Unsplas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