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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울게 내버려 두면 안 되는 이유

『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 』

by 루미썬
매우 민감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참을성이 없고, 신경질적인 사람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알고 있는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위대한 창의력, 통찰력, 열정을 보여준 많은 사람들이 매우 민감한 사람이라는 것을. 안타깝게도 민감한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다.
p. 34



"어이구, 아빠 안 좋은 건 똑같이 닮아가지고!! 그렇게 예민해서 어떻게 하니?"


엄마의 잔소리에 내가 예민하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오늘 컨디션이 어떤지를 나눈 일상의 대화였다. 남들도 나만큼 스트레스를 받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나는 늘 병원 신세를 졌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체하기도 하고 위장의 통증이 느껴졌다. 병원에서는 이런저런 검사를 해도 일반 사람들과 비슷한 정도라며 '신경성'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실제로 우리 아빠도 매우 심한 두통으로 뇌 검사까지 해봤지만, 원인을 찾지 못 한 지 오래다. 그래서 엄마는 나와 아빠를 종종 묶어서 이야기하신다. (나와 아빠는 신경성이 아닌 가능성도 매우 높지만 둔감보다는 민감에 가까운 성격이라 긴 이야기는 생략한다.)






민감하다


*민감하다: 자극에 빠르게 반응을 보이거나 쉽게 영향을 받는 데가 있다.

*예민하다: 무엇인가를 느끼는 능력이나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빠르고 뛰어나다.


비슷하게 쓰이는 '민감하다'와 '예민하다'를 사전에서 찾으니 자극에 반응이 빠르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예민하고 민감하다는 단어는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여서 나는 예민한 사람이라고 말할 때도 이 단어를 사용할지 고민한다. 그래서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일레인 N. 아론 지음, 노혜숙 옮김, 웅진지식하우스)이라는 이 책의 제목부터 반가웠을 테지.


매우 민감한 사람들은 자기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않는다. 매우 민감한 사람이 아닌 심리학자들이 겉으로 드러나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 당연히 내향성, 숫기 없음, 심함, 신경증 등으로 잘못 묘사할 수 있다. 매우 민감한 사람 중에는 그런 특성들을 함께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또한 매우 민감한 사람이 아닌 사람들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 특성들을 갖고 있다. 따라서 그런 특성들을 민감성과 동일시하면 안 된다.
p.7


민감함이 나쁜 것은 아니다. 정도만 다를 뿐 누구나 민감한 사람의 특성을 조금씩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둔감한 사람끼리만 모여서 살 때의 단점을 중화시키는 것도 민감한 사람이다. 민감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 민감한 사람이 존재하는 것이다. 내가 가진 민감함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다.


1. 지나친 긴장과 둔감함의 중간 수준인 '적정 수준의 긴장'이 필요하고 바람직하다는 사실은 가장 분명한 심리학적 발견 가운데 하나이다.
2. 고등동물의 같은 종 내에서 자극에 매우 민감하게 태어날 확률은 약 15~20퍼센트 정도이다.
p.40




유아와 우리 몸


아기는 태어나서 부모와 안정된 애착을 형성한다. 환경이 안정되면 모험을 하며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하지만, 불안정 애착이 형성된다면? 지금 터전이 불안정한데 무엇을 하겠나? 도전하고 나아가지 못하니 자연스레 의존적인 성향이 강해질 것이다.


종종 육아 프로그램을 보면서 떼쓰고 울기만 하는 아이는 스스로 그칠 때까지 내버려 두어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이제 그러면 안 될 것 같다. 아기는 이유 없이 울지 않는다. 배가 고프거나 기저귀를 갈아달라는 등의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그때 부모가 빠르게 반응하지 않으면 아기는 좋지 않은 환경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고, 스스로 온 힘을 다해 보냈던 신호는 결국 무시당한다. 아무리 민감한 아이라도 아이의 신호에 부모가 빠르게 대응하고 안정된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다양한 자극을 이겨내는 힘이 세진다.


우리 몸도 똑같다. 아이가 힘들다며 보내는 신호처럼 몸의 신호에 빠르게 반응하고 나를 보살필 있어야 한다. 몸을 가장 아는 사람은 나이다.


첫 애착 경험으로부터 아이는 자신이 의지하는 사람에게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를 배운다. 첫 보호자에 대한 애착 방식은 생존에 중요한 문제이다. 그리고 더 이상 생존에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고 해도 계속해서 그 방식, 즉 안정 애착, 불안정 애착 또는 회피적 애착에 따라 위험한 일을 피하게 된다.
p.98




나는 민감한 사람?


발표가 많았던 대학교 3학년 때의 전공 수업 시간이었다. 내 차례가 돌아왔다. 여느 때처럼 연습까지 철저히 마치고 발표를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가슴만 두근거렸는데 처음으로 떨림이 표출된 거라 당황스러웠다. 떨림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내 목소리에 집중하니 발표를 제대로 할 수 없었고 결국 교수님의 혹평을 들으며 끝이 났다. 생애 최악의 발표였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억울하고 분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반드시 잘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빚어낸 결과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후에는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이때만큼 심한 떨림은 없었는데 종종 발표할 일이 생기면 떠올라 긴장하게 된다.


그런데 당시 내가 꿈꾸던 직업은 교사였다. 매일 많은 아이 앞에서 강의하고 발표하는 일이었는데 이렇게까지 긴장해서야 어떻게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직업은 자아를 실현하는 방법의 하나고 밥벌이를 위한 일상인데 성향과 맞지 않으면 힘들 수밖에 없다. 더욱이 민감한 성격이라면 일하며 받는 스트레스를 나는 일도 하는 사람'으로 여겨 자책할 수도 있으니 스트레스는 배로 늘어난다. 적성에 맞거나 내가 잘하는 일을 찾아야만 하는 이유이다.


틀린 것을 잘 잡아내고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매우 양심적이다.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다. 단, 방해를 받지 않아야 한다.
특히 조심성, 정확성, 속도, 그리고 작은 차이를 포착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일을 잘한다.
심리학자들이 의미 기억이라고 부르는 수준까지 깊이 파고든다.
종종 자기 성찰을 한다.
배운다는 의식을 하지 않고 배울 수 있다.
다른 사람의 기분과 감정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섬세한 동작에 뛰어나다.
정적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 (이 점에서는 예외가 많이 있다.)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카페인과 같은 자극에 더 많이 영향을 받는다.
'우뇌형'에 가깝다. 보다 창조적이다.
대기 중에 포함된 물질에 좀 더 민감하다. 알레르기성 비염과 피부질환이 더 많다.

p.43~44, 민감한 사람의 특성


두 번째로 경험한 편집자의 직무는 민감한 특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 오히려 나는 민감성이 부족해 보였고 꼼꼼한 편인데도 꼼꼼하다 말할 수 없는 세계였다. 처음부터 원했던 직업은 아니지만 잘 맞으니 재미있게 지금까지 할 수 있었다. 관심 영역인 교육과 심리, 편집 모두 내 성향과도 잘 어울리니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것이 정말 감사하다.


Photo by Nynne Schrøder on Unsplash


이 외에도 이 책은 민감한 사람의 유년기와 인간관계, 사랑하는 방법까지 살피며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접근한다. 하지만, 수학 같은 정답은 없는 영역이라 일부분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인 것 같아 서평을 쓰기 힘들었다.


몸의 신호를 파악하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자신을 '민감한 사람'이라는 안에 가두지 않으면 좋겠다. 틀의 존재 자체가 때로는 나를 민감하게 만들지도 모르니 말이다.



기분이 변해서 외향적인 자아가 나타날 때면 서툴거나 어리석어 보이는 것에 상관하지 말고 행동하자. 누구나 자기 전공이 아닌 것은 서툴다. 우리는 각자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모든 것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일 뿐이다.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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