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레터 <하늘 호수>
고요한 호숫가 물결 위로 하늘이 내려앉았고 그 끝에 조용히 머무는 작은 이야기. 글 없는 그림책 『하늘 호수』를 소개합니다.
글 없는 그림책이 주는 매력이 있어요. 마음이 편한 사람과는 말없이 마주하고 있어도 제 자신을 촉촉이 적셔주거든요. 글 없는 그림책이 저에겐 그렇게 다가옵니다.
그림책을 넘기자 아빠와 골든 레트리버쯤으로 보이는 강아지와 함께 소녀는 나룻배를 타고 호수 한가운데를향해 노를 저어 가요. 꼭 그림책 속 호수 장면이 저의 청춘의 시절, 바나나 보트를 타고 다 함께 “와~” 함성을 지르며 물에 빠져 즐거워했던 그곳을 떠올리게 합니다.
소녀와 강아지는 호수와 친구가 되어 물에 비치는 나무들과 하늘 구름이 그 순간 함께 숨을 쉽니다. 호숫가에서 빙글빙글 나룻배를 돌고 있던 잉어들은 하늘 위로 펄떡펄떡 뛰어올라요.
구름 위가 바닷가 모래밭인 듯 춤도 추고, 구름으로 구름 성도 지어보고…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바람이 호수를 쓰다듬었는지 흘러내리는 구름 물결을 타고 물속으로 풍덩 빠진 강아지와 소녀는 첨벙~ 어느덧 붉게 물든 하늘을 뒤로한 채 아빠와 함께 나룻배를 타고 돌아와요.
알고 보니 소녀는 휠체어를 타야지만 움직일 수 있는 소녀!소녀는 그렇게 하늘을 날아보았던 거예요. 세상 그 누구보다도 자유롭게, 훨훨~~
어쩌면 이 책은 눈을 감았다 뜨면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요.
우리에겐 능력이 있어요. 바로 공상 (fantasy) 상상을하다 보면 현실의 어려움을 피한 채, 욕망과 현실을 실현할 수 있으며 정서적 위안과 함께 스트레스가 감소될 수 있겠습니다. 그림책 속 소녀에게 현실의 제약이
마음의 자유까지 제약할 순 없었어요.걷지 못해도 날 수 있었고, 어디에도 닿지 못할 것 같아도 바람 위에 구름 위에 몸을 실을 수 있었어요.
그렇게 마음은 언제나 현실을 이겨내는 것. 어쩌면 상상은 도피가 아니라 오늘을 견디게 해주는 숨구멍인 것 같습니다.
어른에게 아니 어른이 되고 난 저에게 숨구멍은 어쩌면 ‘술 한 잔’ 일 수 있겠습니다. 어디선가 들었어요. 술이란 원래 사람을 위한 음식이 아닌, 신을 위한 음식이라고.그래서 인간들이 신이 될 순 없고 잠시 신이라도 되고 싶어 마시는 것이라고.. 우리가 술을 마시는 이유는 지금 마주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저 한두 뼘 올라선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라고. 가끔은 그 ‘한두 뼘 올라선 기분’ 덕분에 견디지 못할 것 같은 오늘을 내일로 넘길 수 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어른이 된 저에게는 술이 작은 숨구멍이 되어
술잔을 비우고 나면 현실은 여전히 그대로지만 제 마음 안에는 잠깐이나마 조욘한 호수가 놓여 있겠지요.
그러니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작은 숨구멍 하나로 좋은 날 되시기 바라며...그렇다고 눈을 감았다 뜨면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너무 매이지 마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