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레터 <어른>
진정한 어른은 어떤 사람이며 앞으로 어떻게 나이 들고,어떤 삶이 바람직한 삶인지 많이 생각하게 되는 요즈음. 오늘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 OST 곡을 바탕으로 쓴 그림책 <어른>을 소개합니다.
어른이라는 말은 저에게 때론 무겁고, 때론 외롭게 들려와요. 드라마 주인공 박동훈과 이지안은 전혀 다른 세대. 가장이면서 회사원이자 삼 형제의 맏형인 박동훈, 생존을 위해 아등바등 살아온 스물셋의 여자 이지안입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 둘은 서로를 알아봐요.ㅜ어쩌면 서로를 살피는 눈빛이 닮았고 삶에 지친 어깨의 기울기가 같기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지켜야 할 게 많아서 울 수조차 없는 사람”인 동훈, 그리고 “울 자격조차 없다고 여겨온” 지안. 어쩌면 그들의 관계는 세대의 위아래가 아닌 삶의 옆자리에 앉는 일이 아닐까요. 나도 사실은 너처럼 많이 흔들렸고 심지어 지금도 흔들리지만 견뎌왔다고.너도 그럴 수 있다는 따뜻한 시선에 지안은 처음으로 ‘믿고 싶은 어른’을, 동훈은 처음으로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 생겼을 것입니다. 그렇게 감정과 삶의 의미를 함께 나누고, 비슷한 온도로 반응할 수 있는 사람. 함께 존재하는 것만으로 서로의 삶의 리듬을 지켜주는 사람. 먼저 살아낸 사람이 아직 살아가는 사람을 가만히 바라봐 주고 같이 걷자고 말해주는 것. 이것은 삶의 무게가 다르더라도 그 무게를 버티는 마음만큼은 같이 나눌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어요.
저 멀리 제주 서귀포에 저만의 어른이 계시답니다. 훌쩍훌쩍 혼자 배낭 매고 제주를 갈 때면 꼭 들르는 곳이에요. 아흔을 향해 가시는 알레올레 할머님. 구겨진 마음을 곱게 펴주시고, 어떤 주제로 대화를 나누어도 얼굴을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과 같은 따스한 분, 삶의 무게를 한층 가볍게 만들어 주시는 분.
다가오는 가을, 다시 한번 땅끝으로 뵈러 가야겠어요. 가서 그동안 이렇게 살았노라고,상처에도 기쁨에도 너무 달뜨지 않고 나답게 살아보려 애썼다고 가서 징징거려야겠습니다. :)
‘어른’을 만날 때면 저는 잘 익은 과일이 생각나요. 과일이 맺어지기까지 햇살도 받고, 비도 맞고 거센 비바람, 천둥 번개도 버텨 내고,잠들지 못하는 수많은 밤과 새벽도 있어요. 삶도 마찬가지.시절 시절 많은 좌절과 포기, 숱한 아픔도 있겠지만 기쁨도, 즐거움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 순간 제가 누리는 모든 것 들에 감사하며 잘 나이 들어가는, 잘 익어가는 어른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또한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어른은 ‘유연함이 가득한 어른’이니 유연해지기 위해 그저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는 대로, 변해가는 것은 변해 가는 대로 놓아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