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우리에게 주는 다정한 반전

그림책 레터 <삶이 머무는 자리, 그네>

by 여울빛

“모든 것이 시작되는 자리,

그리고 끝나는 자리였어요.”


세상 모든 것엔 끝과 함께 시작이 있어요. 모든 것이 멈췄다고 느꼈던 순간, 되돌릴 수도, 나아갈 힘도 없었던 날. 그림책에서는 모든 것이 시작되는 자리, 그리고 끝나는 자리라고 얘기합니다.


얼마 전, 안동으로 이른 여름휴가를 다녀왔어요.

그곳에서 ‘다시, 여기서’ 카페 사장님을 뵈었답니다. 창밖으로의 노을 짐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조용히 오늘을감싸 안아 위로받을 수 있는 아름다운 카페였어요.어떻게 서울 분이 이런 곳에 자리를 잡으셨을까 궁금하던 차, 카페 사장님께서 카페 탄생 스토리를 나눠주셨답니다.


하던 일이 무엇 하나 뜻대로 되지 않던 어느 날. 도망치듯 여행을 떠나셨고, 그렇게 도착한 도시가 안동이셨다고. 처음엔 잠깐 쉬어가려 하셨던 안동에 묘하게 마음이 머물렀고, 지금의 카페가 마음에 들어 망설임 없이 계약하셨다고 합니다. 그렇게 지어진 카페 이름이 ‘다시, 여기서’. 지나간 것도 아니고 다가올 것도 아닌, 바로 ‘다시, 여기서!’ 이 자리에서부터 다시 시작해 보기로 결심하신 것이죠.


그림책 『삶이 머무는 자리, 그네』에는 흘러가는 계절, 반복되는 일상이 그려져 있어요. 언뜻 보면 '사는 게 다그렇지 뭐'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림책 속 장면이 어쩌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공간이라고 느껴지기도합니다. 하지만 삶이 머무는 그네 자리는 결국 ‘삶’이라는 것을 말해요. 그네 하나 있었을 뿐인데, 그곳은 누군가의 인생이 시작되고 끝나는 자리가 되는 것.


안동의 ‘다시, 여기서’ 카페도 누군가에게는 모든 게 무너졌던 자리였고, 다시 살아보기로 다짐한 자리였고,이제는 사소한 날들이 조용히 쌓여 의미가 되어가는 자리가 된 거예요. 바로 누군가의 끝이 또 다른 누군가의 시작이 된 것. 그렇게 다시 태어난 작은 공간이 많은 이들의 머무름이 된 곳.


저는 감히 말해봅니다.

어쩌면 끝이 아닌 시작은 삶이 우리에게 주는 다정한 반전이라고 말이죠. 안동의 ‘다시, 여기서’ 카페 또한 지금, 다시 여기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과 설렘을 더욱 많은 이들에게 가닿기를 바라봅니다. 비록 모든 것이 무너진 듯 보이더라도, 언젠가 뒤돌아보면 그 자리가 모든 것이 시작되던 곳이었음을 마음 깊이 깨닫게 되는 그날을...


그래서 저는 제 자신에게 잠시 멈춘 것 같아도 괜찮다고 다독여봅니다.그 자리에서 다시 숨을 고르고, 천천히 다시 걸어 나가면 될 테니까요. 당신의 ‘다시, 여기서’ 또한 시작이 머무는 따뜻한 자리가 되기를. 그리고 언젠가 그날을 떠올릴 때, 부디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때, 거기서 다시 시작하길 참 잘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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