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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밤 Jan 06. 2024

구름같이 일어나는 그리움과 감사함

<기억의 숲을 지나>

이상 기후로 따뜻해진 날씨에

계절도 길을 잃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 


그래서 오늘은 길을 잃은 주인공이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그림책을 한 권을 소개합니다. :)

< 기억의 숲을 지나 > 글그림 리이지 / 나는 별


표지의 숲은 찬란한 여름의 초록도,

햇빛에 울렁이는 반짝이는 노랑도 아닙니다.

생명이라고는 없는

어둡고 깊은 숲의 모습이

음침해 보이기까지 하네요.


어느 날 주인공은

어두운 숲에서 길을 잃은 채

무언가를 열심히 찾지만

정작 무엇을 찾고 있는지 본인도 알지 못합니다.


“나는 ‘공허’라고 해.

텅 비어 있다는 뜻이지”



그때 주인공 앞에 친구 ‘공허’가 나타나고,

그 둘은 무언가를 찾기 위해 함께 

숲 속을 향해 가지요.



“ 이건 아빠가 잠자기 전에 읽어 주던 책이에요.

이 책 좀 읽어 줄래요?”


"이건 내 하모니카예요. 

가장 친했던 친구가

하모니카 부는 법을 가르쳐 주었어요."



주인공이 친구 공허와 함께 숲에서 찾은 것은

바람개비, 연, 꽃병 조각, 하모니카, 넥타이 등

서사가 가득한 물건들.


저는 얼마 전, 

크리스마스 장식을 위해 창고를 열었고

중심을 잡지 못해 쏟아져 버린 

박스 안 물건들을 보는 순간,

풀썩 주저앉아버렸답니다.


친구와 썼던 교환 일기장,

그림움이 잔뜩 묻은 아빠의 손 편지,

수능 잘 보라는 응원편지,

스무 살 무렵의 풋풋한 얼굴의 사진들,

생일 선물로 받았던 팝페라 가수 음반과

영화 ost 음반까지....


쫓겨 사느라 잊었던 시절,

잃어버렸던 기억들..


그림책 속 주인공처럼 천천히 되짚어보자

장소와 사물들이 저의 기억을 붙들었고

제안에 그대로

머물러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그리움이나 고마움이 

구름같이 일어났지요. :)


더불어 그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땐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감정들이 

알아차려졌고...


나에게 그것이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내가 왜 그 순간을 또렷하게 기억하는지

확장된 물음들을 되짚어가다 보니

영원할 것만 같았던 시절에 피식 웃음도 납니다.


살면서 

한없는 아름다움을 가진 소중한 사람도 만났고

어두운 길 환하게 밝혀주는 인연도 만났습니다. 


때로는 조금 더 오래 머물렀으면 하는 

기쁨의 순간도 있었으며


때로는 빨리 떠났으면 하는 

슬픔의 순간도 있었지만 

결국 모든 것들은 흘러갔지요. 


아름다운 흔적들만 남겨 놓은 채....


이제 그림책 속 주인공이 

잊고 지냈던 오래된 기억 속 물건들을 

모두 찾게 되자

친구 ‘공허’는 말합니다.      


“ 날 좀 보렴!

난 이제 텅 비어 있지 않아.

우리가 찾은 기억의 조각들로 꽉 차 있어.

이 조각들 하나하나가 모여 네가 된 거야. 


기억의 조각들이 우리를 숲으로 불렀어.

이제 더 이상 네가 길을 잃지 않도록

이끌어 줄 거란다. ”  



이처럼 살다가

갈 길을 잃었을 때는

잠시 땀을 닦으며 뒤도 돌아보고

나를 북돋우는 소중한 것을 찾아보며

저마다의 빛으로

꽉꽉 채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잊고 살았던

행복의 감각들을 기억하며 살다 보면

내가 누구이며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알 수 있을 테니까요.


결국 그것들이 우리를 살게 할 것이고

결국 그것들이 매번 흔들리는  삶을 

잘 살아낼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기에..


그래서 오늘은 당신께 묻습니다. 


“ 당신의 잃어버린 추억 속 물건은 

무엇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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