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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밤 May 08. 2024

사랑하는 나의 아들에게

< 너는 나의 모든 계절이야 >

신록이 우거지고

진한 초록의 잎들로 가득한 5월이

마치 사춘기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아들과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그래서 오늘은

그림책 소개와 함께

아이에게 보내는 편지를 남겨 봅니다. :)


< 너는 나의 모든 계절이야 >

글 유혜율 그림 이수연 / 후즈갓마이테일

육아의 최종 목표는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성인이 되어 주체적으로 잘 살아갈 수 있게 끔 하는 것.

즉, 독립이지요. :)


이 책은 성장해 가는 아이에게

부모가 표현하지 못하는 마음을

대신 전해줄 수 있는 그림책이에요.


그림책 왼쪽은 엄마가 화자가 되고

그림책 오른쪽은 아이가 화자가 되어 

대화를 이어나가지요. 

 “너는 깊은 숲 속의 꽃처럼 귀한 아이야.

엄마의 웃음이고 엄마의 빛이야.

너의 모든 것을 사랑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니?

네가 멀어질까 엄마는 두려워.” 


“엄마도 내게 모든 걸 말하지 않잖아요.

나도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있어요.”

“너는 엄마의 꽃이고 가시야.

너는 엄마의 사랑이고

엄마의 눈물이야. ”


“나도 모르겠어.

내 마음은 환하기도 하고 어둡기도 해.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해. ”


부모라면 모두 아이들이 커가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고

마음의 거리를 두며

점차 멀어져 가는 모습에 당황스럽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서로가 전부였던

엄마와 아이의 대화로 시작한 그림책이

사춘기 시절,

아이의 방문 앞은 싱그러운 여름날의 장미로

엄마의 방문은 시들어 있는 장미로 표현한 그림이

많이 인상 깊게 다가오네요 :) 

“네가 떠나면 내 마음은

캄캄한 밤이 되겠구나.”


“엄마, 엄마의 빛을 찾아요.

어둠 속에 숨어 버린 엄마의 별을 찾아요.”


이제 아이는 성인이 되어 

자신의 빛을 향해 떠나가고

남아있는 엄마는 

공허한 마음에 어쩔 줄 몰라하는 듯합니다. 

 “너는 엄마의 추억이고 엄마의 기다림이야.”

“엄마는 나의 추억이고 나의 그리움이야”


이렇게 가슴 뭉클한 글귀와 그림으로 

마무리되는 그림책.

건강하게 독립한 아이는 

엄마를 여전히 사랑하고,

아이를 잘 떠나보낸 엄마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아이를 추억하며 

사랑으로 기다립니다.


그림책과 같이 아이들과 함께 하는 모든 순간,

흔들리고 애쓰며 사랑을 지켜내려고 하는

여러분께 박수와 격려를 보내며..


그리고 저는  지난날을 추억하며

아들에게 편지를 써봅니다. :)


< 사랑하는 나의 아들에게 >


시간이 언제 이토록 빨리 흘렀을까.

어느새 “어서 커라” 가

“언제 컸니” 가 되었구나.


“난 대희라서 행복해!”를 연신 외쳐대며

 봄에는 파릇한 베이비 초록의 잔디밭을,

여름에는 설탕 가루 같은 바닷가 모래밭을,

가을에는 깊고 짙은 향의 낙엽 밭을,

겨울에는 지층같이 쌓인 하얀 눈밭을

온~몸으로 구르고 다녔던 너.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살지만

난 그렇지 않다며

머리도 쓰고

가슴이 시키는 대로 때려 맞추기도 하고

운이 좋을 때도 있다며 킬킬거렸던 너.


하느님이 6일 동안 쉬고 

하루만 일하셨다면 좋았을 텐데

하루만 쉬고 6일을 일하셔서

학교를 5일이나 가게 되어 힘들다고

귀여운 투정을 부렸던 너.


이 모든 계절이 추억이 되고 보석이 되어

기억이라는 바람으로

영원히 잊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 되었구나.


계절의 변화에 신선하게 감동했던 네가

이제는 벚꽃 철이 오면

시험 기간이 다가왔다는 알림이라며 괴로워하고,

방학이어도 마음 편히 쉴 수 없다며

가방을 둘러메고

어슬렁어슬렁 나가는 모습에 안쓰럽고,

 기숙사에서의 피곤함을 온몸으로 끌고 와

침대에 벌러덩 누워

“행복이 멀리 있는 게 아니야” 외치는 모습에

마음이 아프기도 해.


그런데 엄마가 숱한 계절을 살아 보니

어른이 되어도 동그라미처럼 뱅글뱅글,

크게 다를 것 없는 일상을

차곡차곡 쌓는 것이더라.


그렇게 하루, 일 년, 십 년, 이십 년 쌓다 보면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나이인

서른이, 마흔이 되어 있을 거야.


그러니 부디 지나온 풍경들을 추억할 수 있는 마음,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온전히 품은 채 살아가는

사람 냄새나는 어른이 되기를 엄마는 바라~


열여덟,

지금 너의 나이가 가슴 벅차게 눈부신 나이라는 걸,

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라는 걸,

너는 알까.


사춘기의 광기 어린 꽃봉오리가 봄 꽃 피듯

툭툭 소리를 내며 벌어지는 날들이지만

이 봄 꽃이 만발하다

언젠가 속절없이 져 버리고 나면

너에게도 신록이 우거진 청춘의 날들이 찾아오겠지.


그러니 지금은 좀 힘들어도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아닌

두려움과 즐거움 사이에서

균형 잡으며 잘 버텨낼 수 있길 응원하며

엄마는 두 손 모아 기도해 본다.


하느님!

대희 에게 짓궂은 비바람이 불게 하지 말아 주시고

대신 부드러운 봄 볕과

따스한 봄 비를 때 맞혀 내려주소서.


그러다 때가 되면 꽃을 만발하게 피워내

눈부신 신록이 아이의 몸과 마음에

가득 피어나게 해 주소서.


하루하루 빠른 속도로 익어가는 세상이지만

시간을 음미하며 잊을 수 없는 순간들로

앞으로의 날을 가득 채우게 하소서.


그리하여

아이만의 싱그러움과 내밀한 밀도로

은은한 빛과 향으로 가득 찬

대희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 자녀들의 다가올 날들 또한

설렘과 기쁨으로 

하루하루 가득 차오르길 바라면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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