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레터 <모카>
1년 중 가장 마지막에 펴서 쓸쓸한 꽃이라는 억새가
만발하는 가을의 끄트머리.
살아온 시간들이 빚어낸
깊고 온화한 색을 가진 계절의 끝에 서니
보고 싶은 누군가와 함께
가을 맛이 담긴 커피를 한잔 하며
안부를 묻고 싶은 오늘이에요.
그래서 예쁘고 귀여운 커피 그림책
< 모카 > 글그림 토네사토 소개하려 합니다.
몸과 마음이 몹시 지친 어느 날,
깜빡 잠이 들었던 주인공에게
작고 하얀 모카 토끼는 말을 건넵니다.
“자, 너를 위해 행복 커피를 만들게!”
“좋아하는 커피를 골라 봐!
둘이어도 셋이어도, 전부여도 좋아!”
하지만 친절을 베푸는 모카 토끼에게
주인공은 오히려
날 내버려 두라고 화를 낸 뒤
울음을 터뜨리고..
모카 토끼는 그런 주인공을
가만가만 바라보며 속삭입니다.
괜찮다고, 울어도 좋다고,
난 늘 네 곁에 있을거라고..
주인공은 그제서야 울음을 그치고 커피를 마십니다.
이렇게 맛있는 커피는 처음이라며..
그리고 주인공은 꿈에서 깨어나요.
가끔은 저도 현실인지 꿈인지 헷갈릴 정도로
생생한 꿈을 꿀 때가 있습니다.
소복소복 쌓인 눈이
꼭 겹겹이 쌓인 시간의 지층과도 같았던
지난 겨울 어느날..
꿈 속에서 저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즐겨 먹고 있는
‘바나나 킥’ 봉지 과자를
“괜찮아져서 다행이다” 라는 말과 함께
누군가에게 한아름 건네받은 적이 있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뒤
범람하는 강물처럼 마음의 둑이 훅-! 무너져 내렸고..
그 길로 소복히 쌓인 눈을 밟으며
이른 아침부터 편의점에 가
바나나킥 한 봉지를 사 왔답니다.
향 좋은 원두를 갈아 핸드드립으로 내린
커피 한잔과 함께
바나나킥을 우물우물 씹으며
현실인지 꿈인지 모를 아침을
멍~ 하니 보낸 적이 있지요.
아마도 그림책 속 토끼 ‘모카’ 처럼
저를 위로하기 위해
그분이 꿈에 나타났던 것은 아닐까요.
그림책 속 커피 한잔과
꿈속에서 제가 건네받은 과자 한 봉지는
위로와 따스한 마음...
우리는 모두 무너지지 않으려고,
아니,
무너지지 않은 것처럼 보이려고
안간힘을 쓰며 살아갑니다.
그러다 그림책 속 주인공처럼
누군가가 건넨 말 한마디에
무너져 버릴 때가 있지요.
그러니 살다가
기대고 싶고 , 쉬고 싶고 ,
꿈을 꾸고 싶고, 숨고 싶을 때
보고 싶고 이야기 나누고 싶은 누군가와 함께
커피 한잔에 몸과 마음을 녹이고
마음을 포개며
고민을, 행복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가장 따뜻한 말이면서 아름다운 말.
그리고 당신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호감의 말을
건네 봅니다.
“우리, 커피 한잔 할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