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레터 <인생이라는 이름의 영화관>
글그림 지미 리아오 / 대교북스주니어
나는 아빠와 영화를 보는 게 좋았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영화관에서
아빠와 조금 더 앉아 있는 게 좋았다.
주인공은 엄마가 보고 싶을 때마다
아빠와 같이 영화관을 가요.
영화관에서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났고 이별했고,
친구를 만났고, 그토록 원하던 누군가를 만났고,
상처를 치유하기도 했지만 상처를 받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런 모든 순간들이
한 편의 영화가 되어 ‘인생’이라는 영화가 된답니다. :)
대학을 졸업한 뒤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그때 나는 행복의 배가
멀리에서 천천히 가라앉고 있다는 걸 전혀 몰랐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인생을 상영 중인
감독이자 주연이에요.
그래서 살면서 흘리는 눈물도, 고요함도,
큰 웃음이 터지는 모든 순간들이
‘인생이라는 영화’ 속 한 장면이 되는 것.
많이 서툴고 부족했던 제가 겪어낸 시간들을
떠올려 봅니다.
그래서 더 이상 마주하기 싫은 지난 장면들,
때로는 기쁘고 즐거워 자꾸 꺼내보고 싶은 장면들.
하지만 아직도 저에겐 많은 장면들이 남아 있겠죠.
앞으로의 날들은 분명 순탄치 만은 않을 것이고,
즐겁고 기쁜 날들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숱한 변화를 경험하고
수용할 수밖에 없는 과정을 밟으며
겸손에 겸손을 더 해가겠지요.
얼마 전 방영이 끝난,
마음에 오래 남는 드라마가 있어요.『폭싹, 속았어요』
제주 바다처럼 너그럽고,
감귤 향처럼 향긋하고 따스한 이야기.
모두가 살아가는 고단한 나날들이지만
“폭싹 속았어요” 하는 그 한마디에
마음이 툭—하고 내려앉아요.
드라마는 그림책의 내용과 같이
우리의 인생을 영화처럼 보여줍니다.
그림책과 드라마를 함께 보며
주인공들처럼 흔들리되 부러지지 않는 마음으로,
삶이 건네는 모든 질문에 조금 더 깊이,
그리고 진심으로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변화를 받아들이고 내적으로 적응해 나가며
점점 더 단단해지고,
동시에 유연도 해질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그래서 <인생이라는 이름의 영화관>에서
앞으로의 제 이야기를,
여러분의 이야기를 응원해 봅니다.
폭싹, 마음을 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