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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향해 한 걸음씩...

그림책 레터 <밤을 산책하는 개>

by 여울빛


< 밤을 산책하는 개 >

유르가 빌래 / 그림 발렌티나 체르냐우스카이테

/ 바람북스


리투아니아 그림책으로

검정 바탕에 하얀 분필로 드로잉을 한 그림이

시적인 텍스트와 어우러져

묘한 안정감과 따스함을 주는 그림책 소개합니다.


검은 개 ‘달’ 이는 낮이 아닌,

밤에 산책을 해요.

깊고 깊은 밤, 어둡고도 어두운 거리에는

들쥐들과 고양이, 노숙자, 청소부, 유령들이 있어요.

모두 환한 낮에는 보기 힘든 것들.


다리가 밤에만 산책하는 이유는

하얀 낮이 두렵기 때문인데

아마도 달리가 살던 나무집에 불이 난 적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그래서 달이는 종일 밤이 되기만을 기다려요.

“달, 내 친구, 괜찮아.

앞을 봐, 뒤돌아보지 말고.”




반려인 견주는 달 이에게 말해요.

뒤돌아보지 말고, 앞을 보라고...

과거는 사라지지 않지만

돌아보는 순간 갇혀 버릴 때가 많아요.

그러니 뒤돌아보지 말고,

앞을 바라보며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 맞아, 나는 살면서 많은 걸 겪었어.

따뜻한 거, 차가운 거, 검은 거, 하얀 거.”


저는 가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삶이 저에게 닥쳐온 것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어요.

목까지 컥컥 막혀오는 모래알들이 느껴질 때도 있고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파도가 밀려난 듯하다가

다시 한번 숨 막힐 정도로 차오를 때가 되면

그저 돌고래처럼 파도 타고 놀아보자고 결심해 봅니다.


흘러가는 대로 산다고 하지만

정말 부지런히 살고 있는 것 같은 요즘.


검은 개 별이처럼 저도

따뜻한 거, 차가운 거, 검은 거, 하얀 거 모두 겪으며

어둡고 깊은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들을 보며

은하수 파도에 몸을 실어봅니다.


“내 인간의 집은 거의 텅 비어 있어.

그는 자주 이렇게 말해.

난 아무것도 필요 없어.

너 하나만 있으면 돼”


달이 옆에는 집이 불에 타 갈 곳이 없어졌을 때

정성껏 키워주고

밤마다 산책을 함께 해주는 반려인이 있어요.

아마 달인의 주인도

낮보다는 밤이 편안한 사람인 것 같아요.


달이의 주인은 옆을 바라보고,

곁을 내어줄 수 있는

여유와 편안함이 있는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 저는 저에게 잘해주는 사람보다

다정한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요.


부드러운 말투와 따스한 눈빛, 진심 어린 귀 기울임.

그런 사람 곁에 있으면

괜히 저도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고

더 다정해지고 싶어 집니다. :)


아무런 대가 없이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는 사람.


쌓인 상처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런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사람.


그런 다정한 이들이 제 곁에 많아져

제가 갈 길을 잃었을 때

부디, 부디 그 달빛을 쫓아 뒤돌아보지 않고

달을 향해 나아가라도 말해줄 수 있는 소중한 이들이 많아지길 바래 봅니다.


곁의 좋은 이들을 한 명씩 떠올려보는 이 시간,

감사한 마음을 담아 승연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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