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레터 <홈런을 한 번도 쳐 보지 못한 너에게>
“와라, 와라!”
“왔다!”
“아아, 더 잘 치고 싶은데.”
누군가는 한 번의 스윙으로 공을 담장 너머로 날려버립니다. 그 장면 하나로 사람들은 “저 사람은 선택받은 사람이야”라고 쉽게 말하기도 해요.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헛스윙도 하고 기대와 다르게 땅볼만 치기도 하고, 때로는 벤치에 앉아 경기장만 바라보기도 합니다.
“6회 초에 말이야, 왜 그렇게 크게 휘둘렀어?”
“그야 홈런 치면 역전이라는 생각에......”
“홈런 타자가 100명이 있으면
타격 방법도 100가지가 있어.”
홈런 타자 100명이 있다면 100가지의 타격 방법이 있는 것. 저에겐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0가지의 서사가 있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타석에 서는 자세와 공을 기다리는 눈빛. 그 모든 것엔 그 사람만의 이유와 서사가 있겠죠. 그래서 홈런 하나에도, 삶에도, 고유한 서사가 담겨있는 것. 그러니 나만의 스윙은, 나만의 서사는,
누군가와 비교될 수 없는 단 하나의 이야기이겠습니다.
“난 언젠가는 꼭 홈런을 칠 거야.
하지만 그전에 안타부터 쳐야겠지.”
그림책을 보며 가끔은 투수가 던진 삶의 공이 너무 빠르기도 하고 너무 무겁기도 하지만 그래도 안타 하나, 출루 하나가 쌓이고 쌓여 언젠가 그라운드를 돌아 홈으로 들어가는 날이 올 것이라 위로해 봅니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신이 홈런 하나쯤 제 인생에 선물을 주실까요. 우리의 삶이 꼭 홈런의 삶까지는 아니더라도 매 타석마다 조금씩 전진하는 ‘안타’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삶이라 생각해요.
요즘 매번 지고, 또 지기만 했던 한화 이글스 팀이 2위로 선전하고 있답니다. 그래서인지 전 국민이 한화 이글스를 응원한다는 소문이~ㅎ 늘 뒤처졌던 날들의 무게가 있었기에 그들이 이기는 장면이 더욱 특별히 다가오는 것 같아요. 어쩌면 이기는 순간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았던 시간들이 우리를 감동케 하는 건 아닐까요. 모든 공이 홈런이 되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아웃이나 땅볼로 끝나며, 때로는 어느 공을 쳐야 할지 어느 공을 보내야 할지 잘 읽어내는 판단력도 필요해 머리를 쥐어뜯기도 합니다. 가끔은 아예 타석에 설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기도 해요. 그럴 때는 조용히 벤치에 앉아 기다리는 법을 배우며 그 기다림 속에서 제 자신을 단련도 시켜야겠습니다. 야구처럼 삶도 인내와 응원의 경기!! 그러니 내가 포기하지 않도록 옆에서 작은 박수로 격려해 주는 누군가도 꼭 필요하겠습니다.
엘지 팬이면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갖고 있는 동생은 엘지가 우승하면 수업을 하루 휴강하겠다고 선언했고, 조카들은 야구장에서 춤을 추고 박수를 치며 열렬히 엘지를 응원해요. 직접 경기에 뛰지 않아도 누군가를 열렬히 응원하는 모습을 바라보니 함께 기쁨과 설렘에 전염됩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도 인생이라는 야구 경기장에서 저를 향해 던져진 공을 보며 속으로 말합니다. “와라, 와라!” 아직 제 경기는 끝나지 않았으니 다시 한번 힘껏 스윙해야겠죠.
이 글을 쓰는 오늘 5월 28일 오후 6시 30분, 한화 : 엘지 경기의 결과가 무척이나 궁금한 이 시각. 오늘 하루도 잘 버텨준 당신에게, 오늘 경기도 잘 버텨준, 버텨줄 엘지와 한화팀에게 커다란 박수를 보냅니다. 더불어 내일도, 모레도 이 글을 보고 계신 당신의 경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