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방식의 배움이 있다
2025년 7월 14일 월요일
1. 아침의 시작은 10시부터
고등학생이 대학교 1학년 때 수강 신청하면서 하는 가장 큰 실수가 1교시 수업 신청하는 거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지. 백수가 학원 등록하면서 하는 가장 큰 실수는 9시부터 상쾌하게 어학원 수업을 듣고 알찬 하루를 보내겠다는 결정이었다. 아침에 일어나기 참 힘들다;; 어학원에서는 학생의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해 주었지만 선생님도 9시까지 오시는 게 조금 힘들어 보였다. 그래서 이번 주부터 오전 10시로 수업 시간을 옮기고 느긋한 아침의 행복을 맛보고 있다. 날씨는 점점 더워지고 찬물샤워로 하루를 시작한다.
2. 가르치는 방식의 차이
스페인어 선생님이 바뀌었다. 어학원 대표이기도 한 R은 알리칸테에서 나고 자란 원어민이라서 지난 주에 수업했던 이탈리아 사람 M에 비해 스페인어를 말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발음과 억양도 다르다. 왜 다양한 선생님을 만나는 게 좋다고 추천했는지 이해가 되는 듯했다. 안타깝게도 자신 있게 듣고 이해할 수 있다고 느꼈던 문장들에 새롭게 적응해야만 했다.
지난주 M과의 수업은 전형적인 외국어 수업처럼 진행되었는데 선생님과 함께 교재를 기반으로 하여 실생활에 꼭 필요한 문장을 짚어서 정리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방식이었다. 반면 이번 주 R과의 수업은 그냥 수다를 떠는 것 같지만 그 안에서 듣기와 말하기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색다른 수업 방식을 경험하며 세세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게 아주 맘에 들었다. 처음에는 정돈되지 않은 어학원의 방식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노하우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R 선생님은 루나씨의 듣기 실력을 10분 정도 관찰하시더니 매우 느리게 또박또박 말하기 시작했다. 자존심 상한다(!) 너무 느리면 수치스럽고 너무 빠르면 못 알아듣는 게 당연한 외국어공부의 길. 요리, 쇼핑, 채소 섭취, 다이어트 등에 대해서 반은 영어, 반은 스페인어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화 중 스페인어의 비중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많아지고 있다.
3. 가끔은 아는 맛, 브런치 카페
요즘 계속 간단하게 건강식만 먹고 살아서 오늘은 왠지 모르게 근사한 브런치가 먹고 싶었다. 구글에서 검색한 브런치 카페 이름을 댔더니 R이 관광객이 붐비는 곳 대신 어학원에서 아주 가까운 장소를 새로 추천해 주었다.
섬세하게 요리된 달걀이 올라가 있는 베네딕트 브런치의 익숙한 맛이 반가웠고 최근 마신 커피 중 가장 맛있는 꼬르따도를 마셨다.
4.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의 기본자세, 도서관
점심을 먹은 후에는 매일 도서관에 간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라는 컨셉 유지를 위한 마음도 있었고 더불어 에어컨 아래에서 편안하게 뭐든 할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과거시제를 극복하기 위해 스페인어 동사 변형 정리를 꼼꼼하게 하고 아프리카 투어 계획을 세웠다.
5. 무섭지만 갈 거야, 아프리카
아프리카 여행, 두렵고 불안하다. 어릴 때는 3개월동안 아무 생각 없이 인도 여행도 했으면서. 인도 갈 때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위험해서 어떡하냐고 걱정할 때, 아 뭐 죽으면 어때요, 허허실실 농담을 던지던 나였는데. 나이가 들수록 공포와 불안의 요소들은 구체적인 모습을 가지게 되고 험난한 세상의 실체를 아는 만큼 운신의 폭은 줄어든다. 그동안 꽤 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낯선 곳에 대한 거부감은 거의 없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저 안전한 곳을 잘 찾아다녔던 것 같다. 이런 마음이었기 때문에 아프리카 여행은 전혀 계획에 없었는데 어느새 유럽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려고 한다. 그나마 대형 글로벌 투어 회사를 예약했으니까 좀더 안심할 수 있을 거야. 8월 말, 한 달 동안 트럭킹&캠핑 투어에 참여할 예정이다. 투어 준비의 일환으로 뜨거운 태양 아래 비실거리며 데카트론에 다녀왔다. 추우니까 두꺼운 침낭을 사야 할지 무거우니까 얇은 침낭을 사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냥 가장 가벼운 걸로 골랐다. 최저기온 15도까지는 사용할 수 있는 거라고 하니 얼어 죽지는 않겠지. 9월 한 달 동안 아프리카 동부를 모두 지날 예정이라 정확한 날씨를 예상할 수는 없지만 추우면 바지를 껴입으면 된다는 정신으로 가는 거야. 가벼운 타올도 하나 사고, 또또또 사고 싶은 게 잔뜩 있었지만 스스로를 잘 달래서 집에 돌아왔다.
무난하게 지나가는 하루였다. 매일 글을 쓰다 보니 무조건 기억에 남는 일이 하나씩은 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스스로에게 가장 엄격한 타입의 인간, 나 자신을 다독여서 사는 게 가장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