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칸테 중앙시장 테이스팅 투어 후기
2025년 7월 12-13일, 주말
1. 테이스팅 투어 후기
Mercat centurale 테이스팅 투어에 다녀왔다. 오늘도 매우 더운 한낮에, 시장 내부는 해가 들지 않아 외부보다는 시원했지만 에어컨이 없는 스페인의 낮은 누구에게나 견디기 어려운 시간이었다. 스페인 사람들의 국민 스포츠는 “부채 부치기”라는 말이 있다. 가방 안에 무언가 주렁주렁 들고 다니는 걸 싫어하지만 부채와 양산의 축복에 간절히 감사하게 되는 날이었다.
테이스팅 투어는 아이삭이라는 현지 가이드와 함께 하몽과 치즈를 비롯한 여러 음식들을 맛보고 술 서너가지를 시음해보는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안타깝게도 29유로의 비용에 비하면 먹은 게 너무 없는 느낌이었다. 돈 아까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리칸테의 역사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고, 시장 내부에 있는 가게들을 다양하게 둘러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더불어 아주 맛있는 치즈를 만나서 다음 주에 한 번 사러 올 계획을 세웠다. 유럽 여행을 하다 보면 치즈 이름을 잘 모르기 때문에 새로운 치즈들을 자주 시도해 보는데 오늘처럼 맘에 쏙 드는 치즈를 알게 되면 매일 조금씩 야금야금 먹는 즐거움이 생긴다.
2. 자주 신세지고 있습니다, 스타벅스
나름의 재미가 있는 투어였습니다만, 끝나자마자 너무 덥고 피곤해서 재빠르게 스타벅스에 갔다. 로컬 카페에 비해 다소 비싼 편이지만 자리 편하고 에어컨 시원하고 오래 있어도 눈치 안 보이고, 여행이 길어질수록 프랜차이즈의 장점에 많이 의존하게 된다. 특히 에어컨이나 인터넷 연결이 아쉬울 때 자주 신세지고 있습니다, 스타벅스.
3. 물.친.자.(a.k.a. 물에 미친 사람들)
주말을 맞이하여 어학원에서 만난 한국인 J와 알리칸테 외곽의 해변에 다녀오기로 했다. 트램을 타고,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지인과 여행을 떠나는 건 아주 편안한 일이었다.
알리칸테 시내에서 가까운 바다는 햇볕을 가릴 야자수가 듬성듬성 있었는데 이번에 간 바다는 더 넓고 크고 해를 피할 곳이 없었다. (해변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 J와 R이 지난 주말에 그렇게 많이 탔구나, 이해되는 바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나씨가 가장 많이 탔습니다. 계속 여름, 꾸준히 바다 곁에 머무르는 세계여행 140일의 결과.
물친자 루나씨와 루나씨보다 더한 J의 끝없는 물놀이를 향한 애정어린 수다가 즐거웠다. 수영, 서핑, 스노클링, 프리다이빙, 스쿠버다이빙, 물 속에서 놀다 보면 우주에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되고, 동시에 우주에 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지구의 70%라는 물세계를 열었을 때 삶의 밀도가 확연히 달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흙세계도 좋았지만 물세계는 더 좋더라구요.
“솔직히 걷는 것보다 물 속이 더 좋아요.”
J는 진짜 나보다 더하다. 루나씨는 수영을 못 해서 아직은 걷는 게 더 좋답니다.
여자 둘이 만났으니 연애 및 썸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고, 언어 공부 이야기까지 서로에 대해 많이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알리칸테 센터로 돌아와서 마지막 술 한 잔까지, 스페인의 여름에 아주 잘 어울리는 토요일이었다.
일요일에는 에어프라이어에 또띠아피자를 만들었고, 간단하게 있는 재료들을 이용해서 점심과 저녁을 해치웠다. 낮잠을 세 시간이나 잤고, 하루종일 아무 생각 없이 유투브 세상을 헤매고 다녔다. 지난 주에는 너무 더워서 에어컨을 찾아서 외출했었는데 이번 주에는 더위에도 적응했나 보다. 일요일은 역시 뒹굴뒹굴 아무 것도 안 하는 게 제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