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사람들의 아침 식사
2025년 7월 11일 금요일, 알리칸테 10일차
1. 스페인 사람처럼 아침을 먹는 법
금요일이 된 기념으로 집에서 가까운 카페에서 아침을 먹었다. 보통 아침은 달걀과 토마토 정도로 간단하게 챙겨먹는 편인데,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남이 해 주는 아침을 먹고 싶었다. 카페 gorgio는 장사가 되는 걸까 매우 궁금해질 만큼 숙소 바로 옆 구석진 주택가에 있다. 어쨌든 동네 사람들이 종종 맥주를 한잔씩 하고 있는 것 같으니 유지는 되고 있는 거겠지? 매우 젊어보이는 사장님이 최근에 오픈한 듯한 새 가게 느낌이 있었다. 커다란 빵 위에 마늘과 토마토를 올리고, 거기에 근사한 꼬르따도까지 더해서 2.5유로. 기분 좋은 아침식사였다. “Que tengas un buen dìa!(좋은 하루 보내!)” 라고 인사를 하니 “Igualmente(너도)!”라고 대답해 주었다. 조금씩 일상에서 스페인어를 쓸 수 있는 내가 자랑스러운 아침이다.
2. 스페인어 과거시제, 무한개의 동사변형
스페인어 수업은 6일차, 하루 2시간의 수업이 너무 어렵다. 2시간동안 1:1로 뇌를 짜내며 스페인어로 대화를 한 후 오후에 도서관에서 몰랐던 단어나 문장을 정리해서 복습한다. 2시간 정도 수다 떨다가 오면 된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나 제정신이냐.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게 쉽지 않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반드시 잘하고 싶어서 꽤나 무리하고 있다. 언젠가 이 날을 생각하며 뿌듯해 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독학할 때 너무 어려워서 멈춘 부분이 과거형, 스페인어 과거시제 여전히 욕 나온다. 하지만 이제 진짜 외워야 한다. 스페인어 공부를 하다보면 대화에서 과거시제가 얼마나 빈번하게 사용되는지 놀라울 정도다. 대표적인 3가지 과거시제에 간간히 접속법까지 들어가면 동사는 하나인데 변형은 무한개가 되는 마법이 펼쳐진다. 매일 되내이는 말, 하다 보면 되겠지. 그래도 아주 기본적인 문장을 과거시제로 말할 수 있게 되었다.
“Desayuné en el bar cerca de mi casa.“
“집에서 가까운 바에서 아침을 먹었어요.”
해외에 있으면 생각할 때나 혼잣말을 할 때 영어를 꾸준히 쓰는 편이다. 습관이기도 하고 공부에 도움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영어로 스페인어 수업 듣느라 외국어 사용 시간이 넘쳐흐르니까 혼잣말을 한국말로 하고 있더라. 스페인어 몰입 환경, 언어를 익히는 데 완벽한 환경인 반면에 오랜만에 뇌가 열일하는 중. 나 좀 힘든 것 같다.
점심으로 만든 페누치니 라면이 의외로 맛있었다. 파스타 익히고 라면스프 넣고 달걀도 풀어서 꽤 성공적. 나는야 라면스틱 많은 여행자라서 행복해요.
3. 여행 가방의 무게는 전생의 업보라던데
방정리를 하다 보니 어느새 신발이 4개가 되었다. 러닝용 운동화, 댄스용 컨버스화, 디너용 얌전한 샌들, 비치용 가벼운 플립플랍. 다 같은 신발인데 묘하게 달라서 통합하기 어렵다. 한 자리에 조금 길게 머무르다보니 이렇게 점점 짐이 늘어간다. 고작 한 달인데, 늘 그랬던 것처럼 뻔하게, 떠날 때는 많은 것들을 버려야 캐리어를 닫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티셔츠는 3개 밖에 없고 국외에서 파는 옷들은 묘하게 컬러톤이 안 맞아서 내 취향과는 전혀 상관 없이 레드, 핑크 선호자가 되어 있네. 블루도 사고 싶고 요즘엔 무엇보다 그린 컬러를 구비하고 싶단 말이다. 아니, 이제 보니 가방도 캐리어 제외하고 4개나 있네. 이 사람은 뭐하는 사람인가. 20인치 캐리어와 조금 큰 백팩으로 세계여행을 하면서 신발 4개와 가방 4개를 어디에 구겨넣을까 매번 고민하는 사람.
낮잠을 두 시간쯤 잤다. 이것이 본토의 시에스타! 진정한 스페인 사람으로 변신중인가 보다. SNS에서 유전에 관한 짧은 글을 읽게 되었다. 탄생부터 죽음까지 이 모든 게 우연의 결과라는데 뭘 그리 전전긍긍 사냐, 라는 결론. 그러니까 잘 흘러가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