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ía 8 Puedo hacer tapas

타파스, 직접 만들 수 있다

by 여행하는 루나씨



2025년 7월 9일 수요일



1. 여름은 어째서 이리도 더운지


이틀째 흐린 날씨, 좋은데 좀 습하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완벽한 날씨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은 어떤가 싶어서 제주 날씨를 찾아보니 29도, 습도가 높으니 알리칸테보다 좀 더 더울 것 같다. 그런데? 서울 기온 36도? 36도오? 알리칸테 31~32도 매일매일 가슴 졸이며 사는데 한국도 만만치 않구나. 습도는 훨씬 더 높을 텐데. 전 세계 어디든 여름을 살아내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제발 7월, 8월에 남부 유럽 방문 금지! 아, 물론 방학 시즌이라 어쩔 수 없겠지만. 피할 수 있다면 피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어제는 하루 종일 너무 바쁜 하루를 보내서 오늘은 아침부터 몸이 녹아내리는 느낌이었다. 피곤하니까 자연스럽게 느긋해지는 마음이 맘에 들기도 했다. 좋지 않은 몸과 마음 상태를 만날 때도 그 안에서 작은 기쁨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피곤하다는 건 내가 무리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나를 돌아보라는 신호를 읽어본다.


어학원 4일차, 스페인어 진도 쭉쭉 나가는 거 맘에 든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어학원에 도착하지만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자동으로 신남을 장착하게 된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고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역시 인간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해.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 과거 시제를 조금씩 말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무수한 발전 가능성이 보인다. 집에 돌아가서 점심으로 만든 크림파스타도 대성공이었다. 완벽하게 조리된 파스타용 크림팩이 있었답니다.




2. 낮잠을 자면 그대는 이미 스페인 사람


어제 진짜 피곤했는지 알리칸테 와서 처음으로 낮잠을 잤다. 보통 낮잠 시간은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이라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기분으로 도서관에 가곤 했는데 조금 습하지만 선선한 날씨라서 체력 보충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조금 나아진 몸과 마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상태는 아닌가 보다. 플랫메이트의 모든 것이 거슬리는 날이다. 늘 화가 난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는 가족과의 통화, 주방 및 욕실의 위생 관념 차이 등. 날씨 덕분에 문은 거의 열어놓고 살고 공용 공간을 나눠 쓰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집 구조가 독특해서 문을 열어두고 살아도 침대 부분은 어느 각도에서도 안 보인다. 어느 정도의 사생활은 보장되는 편이라서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장점과 단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사이 처음으로 샤워기 세팅이 잘못되어 있어서 물벼락을 맞았다. 머리를 감을 계획은 없었단 말이다! 윽, 화나는 마음이 어떻게 흐르는지 바라본다. 보통 체력이 좋을 때는 해프닝으로 끝나는 이벤트들이 피곤할 때는 짜증으로 다가온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더 많은 휴식이 필요하다.



3. 직장인이든 프리랜서든


어학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분을 소개받았다. 알리칸테에 한국분이 계실 줄이야. 알리칸테에서 3년이나 사셨다고 한다. 만남 후 필라테스 수업이 있어서 1시간 정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스페인 생활 꿀팁을 많이 알려주셨다. 알리칸테에 막 도착한 루나씨가 길 헤맬까 봐 센터 구역 중심에 선택해 주신 Mandala Café는 스무디 갈아대는 소리가 너무 커서 좀 힘들었구요. 우리나라의 마트와 비슷한 Mercadona 및 목요일, 토요일에만 여는 로컬시장을 추천해 주셨고, 프리랜서의 삶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직장인이든 프리랜서든 자신의 현재 상태와 경험에 비추어 생각하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나 씨는 직장생활에 지치고 지쳐서 프리랜서 생활의 장점만 보이는 상황이었고 그녀는 프리랜서 생활이 어려워지는 지점에 있어서 여러 가지 고민들이 많은 시기였다. 현재 집도 절도 없고 다음 계획도 없는 자는 집에 돌아가서 잠들기 직전까지 머리 속에서 프리랜서의 삶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도대체 뭘 하면서 먹고 살게 될까? 직장 다닐 때보다 돈을 많이 벌어야 이 모든 선택이 인정받지 않을까? 인정받으려고 일 그만뒀냐, 적게 벌어도 하고 싶은 일 편안하게 하자는 마음을 잊지 말자. 세상에 편한 일이 어디 있냐,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싶은 건데, 100%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 수 없는 거 뻔히 알면서.


하아, 신이시여, 싫어하는 일도 참을 수 있게 해 주는 운명 같은 일을 만나게 하소서. 직장에서 자아실현 하는 거 아니라지만, 일하는 행복이 인생의 큰 행복을 차지하는 루나씨의 미래는 고되더라도 신나는 길을 향해 이어지길.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잠을 청하며, 오래도록 반복해서 기도했다.



4. 타파스바 대신 메르카도나


스페인의 타바스바, 여행 가서 한 번 정도는 체험해 볼만 하지만 되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는 없다. 맥주와 와인에 곁들여 저렴한 안주를 먹을 수 있다는 문화가 새로울 뿐이었다. 게다가 타파스는 매우 단순한 음식이기 때문에 메르카도나에서 적절한 재료를 구입하면 직접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다. 예산도 밖에서 먹든 안에서 먹든 크게 다르지 않아서 애매하지만, 만들어 먹으면 좋은 재료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개인적으로 타파스바에서 주는 싸구려 빵맛을 정말 싫어했다. 결국 자꾸 집에서 뭐든 만들어 먹게 되는 한달살이 일상이다. 저녁은 간단하게 멜론, 하몽, 살라미를 섞어서 이탈리아 스타일로 먹었다. 나름 다이어트를 위한 노력이었으나 괜히 속이 비어서 감자칩까지 한 봉지 먹고 유투브를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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